[한중일 바둑 영웅전] 허둥대는 구리

제9보(164∼174)



이세돌의 백64는 셔터내리기의 수순이다. 사이버오로의 해설자 안조영9단은 이 수를 보고 말했다. "역시 이세돌은 고수로군요. 나는 반대편에서 단수치는 것만 생각했는데…."(안조영) 안조영이 참고도1의 흑1 이하 백10을 소개했다. 이렇게 되면 아무리 끈질긴 구리라도 돌을 던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 있었다. 구리 역시 그렇게 생각했는지 흑65로 움직여 백의 응수를 물었다. 이세돌의 백69는 가장 간명한 응수. "약간의 뒷맛이 있기는 있군요."(안조영) 안조영이 참고도2의 흑1 이하 7을 사이버오로에 올렸다. 흑이 그냥 죽지는 않는 모습이다. 그러나 타이젬의 생중계 해설을 맡은 홍민표7단은 단호한 판정을 내리고 있었다. "수가 될 턱이 없지요. 혹시 패가 나더라도 승부와는 무관합니다."(홍민표) 구리가 뒤늦게 흑69로 연결하자 안조영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곳을 이을 거라면 상변쪽은 모두 악수 교환을 한 셈입니다. 끝내기로 엄청 손해지요."(안조영) 백72는 가장 튼튼한 응수. 계속해서 백74 역시 얄미울 정도로 단단하다. 좌변의 흑이 모두 살아가더라도 이제는 상변이 통째로 백의 확정지가 되었으므로 백승은 부동이다. "구리가 오늘 완전히 농락당하는구먼."(서봉수) "던지는 것은 시간 문제입니다."(홍민표) 검토실에서는 이제나 저제나 흑이 돌을 던질 때를 기다렸는데 구리는 심사가 꼬였는지 계속해서 좌충우돌 수순을 이어나갔다. 나중에 무려 2백64수까지 계속된 후에야 비로소 돌을 던졌다. "깡패의 근성을 끝까지 보여준다 이거지. 근성만은 알아줘야 되겠어."(서봉수)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