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외교 시스템 이대로 좋은가] 한계 부딪힌 통상교섭본부 독립적 통상조직 필요하다통상교섭본부 조직체계상 총괄·조정 어려워대내·외적 성격에 효율적인 개편도 난관전문가 "한국판 USTR인 KTR 설립해야" 손철 기자 runiron@sed.co.kr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필두로 한ㆍEU, 한중 등 동시다발적으로 대규모 FTA를 추진하면서 통상조직의 한계가 하나씩 노출되고 있다. 대내외 협상을 조율하고 협상 전문가를 육성하려면 분명한 권한을 가진 독립적 통상조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어 향후 '한국무역대표부'(KTR) 설립 논의가 본격화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대국 가는 길, 통상교섭본부의 한계=정부 내 통상정책을 조정, 총괄하는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는 국정 중심에 통상이 부상될수록 한계를 노출하는 아이러니를 연출하고 있다. 청와대가 한미FTA를 추진하면서 대통령 직속으로 별도 체결지원위원회를 꾸린 것도 통상교섭본부의 이 같은 문제를 알고 있어서다. 지난해 초 감사원 감사 후 통상외교 추진체계를 일원화할 목적으로 대외경제위원회 산하 실무기획단을 해체한 것 역시 통상교섭본부의 능력부족이 드러난 대표적 사례다. 재정경제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대경위 실무기획단과 통상교섭본부간 업무 중복과 마찰이 우려돼 기획단을 해체했지만 애초 실무기획단을 만든 것은 통상교섭본부가 통상정책의 큰 그림을 그릴 만한 능력이 없었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외교부에서 통상교섭본부는 정무조직에 치여 비주류로 전락, 전문관료 육성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재경부ㆍ산업자원부ㆍ농림부 등의 적절한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다. 통상교섭본부의 한 관계자는 "김현종 본부장이 대통령의 강력한 신임으로 리더십을 발휘, 위상이 강화된 측면이 있다"면서도 "현 정부조직 체계상 권한으로는 통상을 총괄, 조정하기 어렵다"고 인정했다. ◇만만치 않은 통상체계 개편=통상외교는 대외적이면서 대내적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어 효율적 조직체계를 그려내기가 쉽지 않다. 통상교섭본부는 외교부 산하에 있어 외교적 관계를 중시하다 보니 국내 산업계의 이해가 협상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는 비판을 종종 받고 있다. 반면에 통상조직이 지난 98년 3월 외교부로 이전되기 전 현재의 산업자원부 소속일 때는 외교부의 지시를 받을 수밖에 없는 해외공관과의 유기적인 협조체제가 구축되지 않아 협상에 애를 먹기도 했다. 공무원 조직이 발달한 일본 등 선진국도 이런 딜레마에 직면할 정도로 효율적 통상조직을 짜는 일은 쉽지 않다. 일본은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에 외무성ㆍ경제산업성ㆍ농무성 장관을 모두 공동대표로 보내 자국에 할당된 대표 연설을 각각 3분의1씩 쪼개 쓰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효율적 통상조직을 만드는 문제가 대두돼왔다" 며 "한ㆍEU, 한중 등 굵직한 통상협상이 많이 남은 만큼 고민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KTR를 만들자=통상정책을 실제적으로 총괄, 조정할 수 있는 전문집단이 자리잡고 국내 산업계의 이해를 최대한 반영하며 대외 협상력을 강화하려면 외교부와 경제부처에서 독립된 조직이 필요하다는 게 통상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여기서 종종 등장하는 대안이 한국판 USTR(미 무역대표부)인 KTR이다. USTR의 체계 역시 미국에만 존재하는 방식으로 우리 사정에는 맞지 않다는 지적도 있지만 통상을 국정어젠다로 놓고 적극 추진하는 상황에서 KTR만한 대안도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KTR를 USTR처럼 대통령 직속에 두거나 최소 국무총리 직속기관으로 설립해 분명한 권한을 주고 외교부와 재경부ㆍ산자부ㆍ농림부 등이 적절한 지원을 하도록 통상체제를 새로 짜는 것이 바른 방향이라고 제안했다. 강문성 고려대 국제학부 교수는 "부처간 알력을 조율하면서 전문인력을 육성하려면 독립적이며 권한을 가진 통상조직을 만드는 것이 좋다"면서 "대통령 직속으로 두는 것이 정치적 부담이 있다면 총리실 산하로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입력시간 : 2007/04/16 18: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