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 '죽은자들과 대화'

■ '정신세계'지 소개 관심외계인·예수·신들과도 영적 교감 ‘빅토르 위고는 영매(靈媒)였다’ <노트르담의 꼽추><레 미제라블>등의 소설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프랑스의 문호 빅토르 위고(1802~1885)가 영(靈)들과 대화를 나누었으며, 이 대화를 통해 인간과 우주의 본질에 심오한 사고를 발전시키고 작품에 반영했다는 사실이 국내에 소개돼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간행된 격월간<정신세계>5ㆍ6월호에는 위고가 ‘회전테이블을 이용한 사자(死者)와의 대화’를 통해 19세 때 익사한 자신의 딸을 비롯해, 세익스피어, 마틴 루터 등의 영혼과 대화를 나눴고 심지어는 외계인, 신과도 이야기를 주고받은 것으로 소개하고 있다. 번역가 유영일씨가 ‘빅토르 위고가 기록한 천상의 목소리’라는 제목으로 소개한 글에 따르면 1853년 나폴레옹 3세가 쿠데타로 제2제정을 수립하자 영국해협의 저지섬으로 망명한 위고가 당시 파리 상류사회에서 유행하던 ‘사자와의 대화’를 통해 10년전에 익사한 큰 딸 레오폴딘의 영혼과의 대화를 통해 영적인 체험을 시작한다. ‘사자와의 대화’는 세발 달린 둥글고 작은 테이블에 들러앉아 정신을 집중하면 테이블의 한 다리나 두 다리가 마루를 두드리며 영의 메시지를 나타내는데 ‘한 번 두들기면 긍정’ ‘몇 번 두들기면 몇번째 알파벳문자’ 등의 약속을 통해 대화를 나누는 방법이다. 이후 위고는 이 방법을 통해 세익스피어, 마틴 루터, 모짜르트, 마호메트, 예수 그리스도, 루소, 마키아벨리 등 이미 사망한 역사적인 인물들과 대화를 나누었을 뿐 아니라 수성 및 목성의 외계인, 죽음의 신, 바다의 신, 성경에 등장하는 발람의 당나귀, 노아에게 홍수가 끝났음을 알려주는 비둘기 등 영원한 존재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동물 식물 인간이라는 존재에 주어진 운명과 사후세계, 우주의 본질 등에 대한 새로운 안목을 얻게된다. 위고는 이런한 체험을 통해 얻은 성찰을<악마의 최후><신>등의 시에 담았지만 그 의미가 독자들에게 이해되기는 어려웠다. 흥미있는 대목은 1854년 9월 29일 대화에서 ‘죽음의 신’이 위고로 하여금 미래의 인류를 위해 글을 쓰고 위고가 죽고난 후 발표되도록 유언으로 남기라는 제안을 하는 부분이다. 죽음의 신은 인류를 교육하기 위해서라며 ‘그대는 1920, 1940, 1960, 1980, 2000년에 죽음에서 깨어나리라’는 예언을 남긴다. ‘깨어나리라’에 대한 해석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위고의 영혼과의 대화에 대한 책이 1923년에 처음 간행됐고 1968, 1971, 1985, 1998년 차례로 위고에 대한 연구서가 발간된 것을 보면 그리 틀리지 않은 예언이라고 할 수도 있다. 특히 1998년에 발간된 연구서는 2000년 미국을 중심으로 대거 팔리기도 했다. 유영일씨는 “위고의 시작품 등이 영혼과의 대화를 통해 완성된 것이 분명하지만 국내에 번역된 작품들이 이런 요소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위고의 사상을 전달하기에는 부족함이 많다”고 아쉬워했다. 김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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