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이 임박하고 미국 경기 전반의 침체가 가속화됨에 따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조만간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8일 JP모건과 메릴린치 등 주요 금융기관들이 빠르면 오는 3월 18일 열리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방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하될 것으로 전망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예측이 실현될 경우 미 연방 기준금리는 현재의 1.25%에서 1%로 하락, 지난 1958년 7월 이후 거의 반세기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게 된다.
특히 메릴린치는 3월과 5월 두 차례의 금리인하를 예견하는 등 미 연방금리가 1%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까지 하고 있다. 세계 최대 유로ㆍ달러 옵션 거래업체인 DRW 트레이딩의 로 브라이언은 “오는 9월에는 0.5%까지 금리가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 같은 전망은 미 노동부가 7일 지난 2월 30만8,000명의 실업자가 발생, 9ㆍ11 테러 이후 최악의 실업률을 기록했다고 발표한 직후 나온 것이다. 특히 미국의 주요 9개 산업 중 제조업은 물론 유통, 건설, 금융 등 7개의 부문에서 감원이 확산되는 등 미국의 고용상황이 급속도로 악화, 미국의 경기침체(Recession) 가능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와 관련, 메릴린치의 데이비드 로젠버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제 전반이 아주 취약해 더블딥(W자형 이중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50%로 높아졌다”고 전망했다.
또 HSBC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이안 모리스는 “이번주로 예정된 소매매출과 산업생산지수 발표 역시 비관적일 것으로 보여 FRB의 금리인하 결정을 더욱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리 선물 트레이더들은 이미 FRB가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관측을 기정 사실화하는 분위기다. FRB의 금리 추이를 예견하는 지표로 쓰이는 연방기금 금리 5월 선물은 지난 주말 사상 최저치인 1.08%로 떨어졌다. 이는 5월까지 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가능성이 90%를 넘는다는 의미로 전문가들은 해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FRB가 3월 금리를 인하할 경우 최근 금리를 내린 유럽중앙은행(ECB)을 비롯, 주요 중앙은행들의 연쇄적 통화정책 완화를 불러 올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유럽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에서는 지난 6일 ECB의 0.25%포인트 금리인하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으며, 빔 두이젠베르크 ECB 총재 역시 “이라크 전쟁의 불확실성이 유럽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알 수 없다”고 언급하는 등 추가 금리인하 여지를 남겨뒀다.
<윤혜경기자 light@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