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드 버그스텐ㆍ 미 국제경제연구소 소장
미국은 지난 11일 발생한 테러 공격에 대한 보복을 위해서 전 세계적인 정치ㆍ군사적 동맹 뿐만 아니라 경제 회복을 위한 협조체제 구축도 절실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금융 시스템 붕괴나 세계적인 동반침체는 테러범과 그를 보호해주는 국가에 대한 응징 실패보다 더 큰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테러 발생 이전에 이미 세계경제는 70년대 이후 처음으로 동반침체라는 어려운 국면을 맞고 있었다. 세계 대다수 국가는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했으며, 일부 국가는 마이너스 성장을 전망했다.
이번 테러리스트의 공격으로 당분간 경제활동이 위축되면서 세계경제는 더욱 어려운 지경에 빠질 것이다. 충격을 받은 미국을 비롯한 각국 소비자들이 지출을 자제하면서 경기 침체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이 세계각국의 경제회복을 위한 공동행동을 절실히 요구하고 있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이미 금리 인하를 통해 유동성 공급을 확대, 시장의 현금부족 사태를 막기위한 정책을 취한 상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역시 원유공급이 부족하지 않도록 생산량을 유지하겠다고 밝혀 세계경제 안정에 큰 기여를 했다.
그러나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유럽중앙은행(ECB)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은 더욱 적극적으로 금리인하에 나서야 할 것이다. 또 긴급한 과제인 시장의 신뢰회복과 위축된 경제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금융당국의 보다 빠르고 단호한 조치가 요구된다.
이와 함께 미국ㆍ유럽ㆍ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재정지출 확대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일본과 유럽 정부는 이상하게도 경기 침체란 현 상황에서 재정지출을 축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지난 1930년대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재정지출을 축소, 대공황을 몰고 온 허버트 후버 대통령의 경제정책과 유사한 것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세계경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미국은 이미 감세를 단행하고 테러 피해자에 대한 보상과 보안강화에 대한 투자를 통해 정부지출을 늘리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멈춰서는 '절대' 안 된다. 특히 사회복지기금을 경기부양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로 의회가 부시의 재정확대 계획에 발목을 잡는다면 우리는 또다시 후버 대통령이 범했던 잘못에 빠져들 것이다.
경제 회복의 성공을 결정할 열쇠는 소비자와 투자자의 경제에 대한 신뢰도가 얼마나 빨리 회복하느냐에 달려있다. 이는 물론 이번 테러에 대한 대통령의 대응 방식 등 경제외적인 요소에도 상당부문 영향 받을 것이다. 그러나 경제적인 면도 중요하다.
경기부양 정책이 빠르고 단호하게 이뤄질 때 경제적인 측면의 효과는 크다. 특히 세계 각국이 군사적인 면 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측면에서 협조하는 모습을 보일 때 그 효과는 더욱 클 것이다.
주요국의 협조는 국제적인 회의를 통해서 가장 잘 표현될 수 있다. 가장 먼저 이뤄져야 할 것은 주요 선진7개국(G7) 재무장관, 중앙은행 총재가 모여 회의를 갖는 것이다.
9월29~30일 개최 예정이던 국제통화기금(IMF) 회의가 취소된 것은 이런 측면에서 안타까운 일이다. 이를 통해 국제사회는 세계무역센터(WTC) 파괴에 대한 응징과 세계경제 회복을 위한 노력에 대해 단합된 입장을 보여줄 수 있었을 것이다.
11월에 개최 예정인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는 반드시 예정대로 진행돼야 한다. 특히 중동인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과거 냉전이라는 상황에서도 서방국가들은 다자간 무역협상을 성공적으로 벌여왔다. 따라서 테러로 회원국이 WTO의 뉴라운드 의제에 합의하기 어려울 것이란 의구심은 버려야 한다.
테러가 발생한 후 수일간 이에 따른 경제적 영향이 상당부문 과장돼 표현된 측면이 있다.
이제 대다수 사람들이 일상적인 생활로 돌아감에 따라 자신의 일자리와 사업에 대한 고민이 다시 중요한 문제가 되고있다. 이에 따라 경제적인 문제에 각 정부는 좀더 관심을 집중해야 한다.
테러리스트에 궁극적인 승리하는 길은 이 같은 행동이 세계경제 발전에 그 어떤 악영향도 끼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장순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