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지난 주말 3일 연속 상승하는 등 이라크전 종결 후의 급락 양상에서 벗어나 다시 들썩이고 있다.
9일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6월 인도분은 뉴욕 상품거래소에서 전날보다 74센트(2.7%)상승한 배럴 당 27.72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달 22일 이후 최고가로 주간 기준으로는 8% 급등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이라크만 점령하면 쉽게 석유를 캐낼 수 있을 것이라는 미국의 예상과는 달리 이라크의 원유 생산 정상화가 오래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다 석유출국기구(OPEC)가 추가 감산 가능성을 내비친 데 따른 것이다.
실제 이날 미 중부 사령부의 토미 프랭크스 사령관은 이라크의 유정과 정유 시설을 복구하는 게 예상보다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워싱턴 기자회견에서 “사담 후세인이 수년간 석유산업에 대한 기본적인 투자를 하지 않았으며 설비 부품이 약탈돼 복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정유 인프라가 거의 관리되지 않은데 놀랐다며 관리 소홀로 인해 이전 정권보다 설비가 악화됐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그의 발언은 이라크전 조기 종결 이후 세계 2위 규모를 자랑하는 이라크의 원유생산이 정상화될 것이라는 기대를 희석시키며 유가 상승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같은 날 알바로 실바 칼데론 OPEC 사무총장이 이라크의 석유 수출 재개에 대비, 6월 회담 때 감산을 결정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혀 유가 상승세를 부추겼다. 알바론 실바 사무총장은 “오는 6월부터 이라크의 석유가 국제 석유시장에 본격적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최근 몇 달간 국제 유가는 세계적인 경기 불황과 이라크전을 틈타 OPEC 회원국들이 원유생산을 대폭 늘린 덕분에 줄곧 약세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앞으로 유가가 오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시장에 많은 원유가 쏟아져 나왔음에도 불구, 세계 최대 석유소비 국가인 미국의 원유 재고량이 지난해 보다도 낮은 수준이라는 점이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곧 있으면 바캉스 철을 맞아 자동차용 석유 소비가 급격히 늘 것으로 예상돼 벌써부터 시장의 원유 선물가격이 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또 이라크의 원유 인프라 시설이 예상보다 취약하다는 점 외에도 이라크의 석유 수출을 위한 UN의 이라크 경제 제재 해제 문제가 러시아 등 일부 국가들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이라크의 원유 시장 출하를 더욱 더디게 할 것이라는 점이 유가 상승 주장의 근거로 꼽히고 있다.
<윤혜경기자 light@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