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앞두고 정치권 큰 파장 예상이른바 '세풍(稅風)' 사건의 주역으로 지목돼온 이석희 전 국세청 차장이 도피 중이던 미국에서 체포됨에 따라 양대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이 전 차장이 국내로 송환될 경우 지난 97년 당시 국세청을 이용한 대선자금모금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급진전되면서 수사 결과에 따라 여야관계와 선거구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씨의 신병이 실제로 송환되기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수도 있으나 그동안 꺼져가던 세풍사건의 불씨가 되살아나 정치권에 심상치 않은 파장을 던질 게 분명하다.
◇ 수세에 몰린 여당, 역공전환
최근 잇따라 불거지는 각종 게이트로 여권이 선거정국에서 수세에 몰렸으나 이씨 체포에 따른 검찰 수사와 재판 결과는 야당에 단연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한나라당이 향후 사건전개 추이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세풍사건은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의 동생 회성씨가 재판에 계류돼 있는 등 97년 대선운동 과정에서 빚어진 것이어서 이 총재의 향후 대선행보에도 장애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
남경필 한나라당 대변인이 이씨의 체포에 대한 논평에서 "그동안 불분명했던 부분에 대해 사실대로 밝혀지기를 기대한다"며 "법에 따라 처리될 것"이라고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은 곧바로 역공에 돌입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사법당국은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이씨의 신병을 인도받아 이씨의 혐의를 포함, 세풍사건의 진실을 한점 의혹도 남김 없이 밝혀내고 국민 앞에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 국회공방 가열
여당측은 그동안 ▦세풍 ▦총풍(銃風ㆍ휴전선 총격요청 사건) ▦안풍(安風ㆍ안기부 예산의 총선자금 유용) 등 3개 대형사건을 한나라당측의 아킬레스건으로 보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들 사건의 진상규명을 사법당국에 촉구해왔다.
특히 최근 각종 게이트 등으로 여권이 불리한 궁지에 몰릴 때마다 이들 사건을 방패로 활용해왔다. 이번 체포를 계기로 민주당은 18일부터 시작되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각종 권력형 비리 의혹의 폭로를 벼르고 있는 야당측의 공세에 맞서 세풍사건을 적극 쟁점화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이씨의 체포는 이러한 여야간 긴장과 갈등을 한층 심화시킬 것으로 예상되며 상황 진전 여하에 따라서는 정국을 뒤흔들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각종 민생관련 법안처리의 지연도 예상된다.
양정록기자
구동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