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

"오케스트라 전용 콘서트홀 빨리 마련돼야"
훌륭한 단원·지휘자는 있는데 정부 지원 턱없이 모자라
19일 '7인의 음악인들' 공연
음악 자체를 즐기는데 목적


"서울시향 예술감독으로 취임하면서 약속했던 대로 세계적 수준의 오케스트라의 반열에 오르기 위해선 오케스트라 전용 콘서트홀을 하루 빨리 마련해야 합니다."

오는 19일로 예정된 실내악 연주회 '7인의 음악인들' 공연을 앞두고 지난 13일 오후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실에서 만난 정명훈(57ㆍ사진) 서울시향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는 작심한 듯 콘서트홀 얘기부터 꺼냈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서울시향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고 2005년부터 서울시향 예술감독 겸 상임 지휘자를 맡고 있는 그는 최근 콘서트홀 건립과 관련한 문제를 마무리짓기 위해 대통령과 면담을 요청하는 공식 서한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이 당시 전용 콘서트홀 건립 등 전폭적인 후원을 약속했기 때문에 예술감독 제안을 받아들였던 겁니다. 세계적 수준의 오케스트라로 성장하려면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못지 않은 서울시향만의 연습 공간이 필요합니다."

정 감독은 "최고의 오케스트라가 탄생하기 위해선 훌륭한 단원, 최고의 지휘자, 지원 등 3박자가 고루 충족돼야 한다"며 "우리는 좋은 단원과 최고의 지휘자는 있는데 정부 지원은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들어 서울시향은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정 감독은 "서울시향이 그 동안 해외 페스티벌의 초청을 받아 공연을 한 적은 있지만 지난 5월 첫 유럽 순회 공연처럼 자체 레퍼토리를 갖고 각 도시 순회 공연을 펼친 것은 처음"이라며 "전문가들의 평가도 평가지만 청중들이 마음 속 깊이 감동해야만 계속 초청받을 수 있는데 그런 점에서 이번 유럽 투어는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만하다"고 말했다.

서울시향은 내년 세계 3대 클래식 축제인 영국 에딘버러 페스티벌에 초청됐으며 2012년 미국 동부 투어도 예정돼 있다. 레코딩 작업도 세계 시장을 겨냥해 메이저 레이블로 만드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정 감독은 "도이치그라모폰과 작업을 진행하기로 했으며 9월에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게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서울시향은 또 오스트리아의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1860~1911) 탄생 150주년과 서거 100주년을 맞아 오는 26일부터 1년 6개월에 걸친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에 들어간다. 그는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정 감독이 오랜만에 피아노 건반 앞에 앉는 '7일의 음악인들' 얘기로 다시 돌아왔다. 그는 "이번 연주회는 젊은 음악인들과 더불어 음악 자체를 즐기는 데 목적이 있다"며 "요즘 한창 연습중인데 바이올리니스트가 피아노를 치기도 하고 첼리스트가 바이올린을 연주하기도 하면서 즐겁고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19살에 데뷔해 38년째 지휘자의 길을 걷고 있는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마에스트로'에게 지휘란 어떤 의미일까. "처음 시작할 때는 박자에 맞춰 손만 움직이면 되니 지휘만큼 쉬운 것도 없어요. 그런데 하면 할수록 어려워요. 30년 하고 나서야 지휘가 뭔지 조금은 알 수 있었으니까요. 지금은 지휘의 5단계(테크닉 넘버 5)라고 할 수 있는 원을 그리는 경지엔 도달했어요. 원 안에 모든 소리를 넣는 작업이지요. 이제 테크닉 넘버 6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불가능해 보이지만 선 하나를 길게 그을 때 음악의 처음과 끝이 그 속에 들어오는 것이지요. 아마도 지금까지 올리비에 메시앙과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가 그 경지에 이르렀을 겁니다. 저도 앞으로 10년 이상은 더 해야 그 경지에 오를 것 같아요."

정 감독은 마지막으로 자신의 사명을 강조했다. "내게 가장 중요한 사명이 있다면 한국인으로서 대한민국을 위해 뭔가 뜻 있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중국 등 다른 나라에서 최고의 조건으로 러브 콜을 해 와도 서울시향을 떠나지 않는 것은 바로 내가 한국인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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