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구름을 걷어내면, 청명한 가을하늘이 나타날 것입니다.”
김승유 하나은행장은 금융업계에서 `승부사`로 불린다. 시장논리를 원칙으로 성장기회를 포착해 후발은행이었던 하나은행을 일약 자산규모 국내 3위의 대형 은행으로 탈바꿈시킨 점과 SK글로벌 사태 수습과정에서 승부사의 기질을 단적으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김 행장은 실적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SK글로벌 관련 여신과 가계대출 및 카드채에 대한 충분한 충당금을 쌓으며 부실을 털어내는데 주력하고 있다. 먹구름이 걷히기를 기다리기 보다 스스로 먹구름을 걷어내고 있다.
하나은행은 상반기에 SK글로벌 여신에 대해 2,494억원, 가계 및 카드채에 대해 2,598억원의 충당금을 쌓았다. 이에 따라 순이익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29.8% 줄어든 1,591억원에 그쳤다. 그러나 가계부실 등으로 여타 경쟁은행이 적자전환한 것에 비하면, 양호한 실적이라는 평가다.
특히 상반기에는 SK글로벌ㆍ카드채 부실에 따른 손실이 5,000억원에 달했지만, 더 이상의 출혈은 제한적일 것이란 점에서 하반기 실적을 밝게 하고 있다. 또 2ㆍ4분기 순이익이 1ㆍ4분기보다 49.4% 늘어난 953억원을 기록한 점은 실적회복의 긍정적인 신호가 되고 있다. 김 행장은 “상반기에 충분한 대손충당금을 적립했고 하반기부터는 점포 재배치 등에 따른 합병 시너지 효과가 본격화 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훨씬 많은 이익이 창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 전문가들도 하나은행이 견고한 영업기반을 바탕으로 2ㆍ4분기를 바닥으로 실적과 주가가 점차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무일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예금증가율 둔화에도 불구하고 2ㆍ4분기 이자이익과 수수료이익이 1ㆍ4분기에 비해 10.5% 증가했다”며 “순이자 마진이 개선됐고 충당금 적립전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19% 증가하는 등 영업기반이 긍정적으로 변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 애널리스트는 이어 “SK글로벌에 대한 충당금 적립비율을 49%까지 올려 하반기 추가 적립부담이 현저히 감소될 것”이라며 “신용카드 연체율 하락 등으로 자산건전성이 개선되고 있어, 하반기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정석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도 “구 보람은행 사옥매각, 부실채권 매각 등을 통해 올해 순이익이 당초 예상보다 높은 3,39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며, 적정주가를 1만8,200원으로 제시했다.
한편, 이 달 들어 주가를 상승세로 이끌고 있는 자사주 매각도 하반기 주가 상승모멘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서울은행과의 합병과정에서 주식매수권행사로 취득한 자사주(지분 19%) 매각에 따라 하나은행의 최대주주가 바뀌기 때문이다,
현재 하나은행의 지분구조는 알리안츠생명 8.16%, 동원 5.57%, IFC(국제금융공사) 4.37%, 코오롱 4.02%의 순이지만 동원이 계속 하나은행의 경영권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하나은행의 자사주 매각이 본격화 돼 제 3의 투자자가 등장할 경우 경영권을 노리며 꾸준히 지분을 사들이고 있는 동원과 지분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강원 하나은행 상무가 최근 자사주 매각을 `결혼`에 비유한 것도 경영권을 노리고 있는 동원에 맞서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김현수기자 hs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