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음주 골프'를 예찬하는 칼럼으로 물의를 빚은 간부에 대한 자체 감사를 벌였지만 관련자 진술에 전적으로 의존한 끝에 경징계에 그쳐 제 식구 감싸기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인권위는 특히 음주골프 행위는 문제삼지 않은 채 `실제보다 부풀려진 칼럼'을 썼다는 점을 징계사유라고 밝혀 또 한 번 논란이 예상된다.
3일 한나라당 법제사법위원회 김성조 의원이 인권위에서 제출받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인권위는 A국장의 진술서와 신용카드 사용내역서를 검토한 끝에 A국장에게위원장 구두주의 처분을 내렸다.
보고서에 따르면 A국장은 "음주골프를 친 날짜가 칼럼에서 밝힌 8월이 아니라 6월19일로, 이날 오전 8시께 경기도 모 골프장에서 공중파TV 앵커 B씨, 골프 관련 여성 사업가 2명과 함께 18홀 라운딩을 한 뒤 생맥주 500㏄ 10잔과 소주 2병으로 `칵테일'(소주폭탄주)을 만들어 3잔을 마셨다"고 진술했다.
이어 오후 5시30분께 다시 9홀 라운딩을 시작, 8시께 마친 뒤 비용 108만원이 나와 분담하기로 해 자신은 38만8천원을 냈다며 6월19일 날짜가 찍힌 카드 사용내역서를 제출했다.
인권위는 "진술 내용을 검토해보니 향응을 제공받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고 칼럼을 쓰면서 음주량 등을 과장해 국민의 비난을 받는 빌미를 제공해 위원장 주의 처분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감사담당관실은 "징계 수위는 위원장 판단에 따른 것으로 구두 주의는 파면, 해임, 감봉, 견책 등 공무원법상 징계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넓은 의미의 징계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감사가 당사자 진술에 의존한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골프장 쪽이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확인에 한계가 있었다"고 털어놓고 "A국장의 말과 골프를 함께 친나머지 3명의 진술이 일치해 사실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감사관실 관계자는 "골프를 친 시점이 칼럼과 다르고 A국장이 결제한 38만원도 108만원을 4등분한 것은 아니지만 A국장이 `여성 2명의 술값과 안주값은 나와 B앵커가 나눠 냈다'고 했고 골프장에서도 그 말이 맞다고 확인해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술이 양주가 아니라 소주인 점, `음주 골프'가 8월이 아닌 6월에 있었던 점도 당사자 4명과 골프장 말이 일치했다"고 덧붙였다.
A국장은 모 골프 월간지 10월호에 쓴 `음주 골프'란 제목의 칼럼에서 방송사 앵커 및 여성 사업가들과 음주 골프를 친 경험을 소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이와 관련, 한 네티즌은 인권위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골프장 경기 보조원에게 42세 조기 정년을 적용하는 것은 차별'이란 진정이 인권위에 계류중인 상황에서 진정사건의 한 당사자인 골프장 소유주 딸과 추가 예약 없이 음주 골프를 칠 정도라면 공정한 판단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