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기자회견] 탄핵정국 정면돌파 ‘총선승리’에 승부수

노무현 대통령이 11일 재신임의 총선결과 연계라는 카드를 꺼내 든 것은 탄핵 등 복잡하게 얽힌 정국을 정면돌파, 궁극적으로 총선을 승리로 이끌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노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미뤄왔던 재신임 방법과 관련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들의 뜻을 심판으로 받아들이고 그 결과에 상응하는 정치적 결단을 하겠다”며 “저의 진퇴까지를 포함한 결단의 구체적인 내용은 (열린우리당) 입당하는 시기쯤 밝히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이 이처럼 대통령직까지 건 정치적 결단으로 승부수를 띄운 것은 자신을 둘러싼 여러가지 정치적 환경에서 불가피한 선택으로 해석된다. 국정운영의 리더십 확보를 위한 절체절명의 총선을 한달여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거대 야당이 탄핵안 발의로 노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는데다 국민투표 방식의 재신임이 정치권에서 거부돼 재신임을 위한 묘수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또 노 대통령이 불법 대선자금 규모와 관련 곤혹스런 입장에 있는 것도 재신임과 총선결과 연계 카드를 재촉한 이유다. 검찰의 대선자금 중간수사 결과 측근인 안희정씨의 삼성자금 30억원 불법수수 혐의가 포착되는 등 노무현 캠프의 불법 대선자금 규모가 113억원으로 늘어나 노 대통령이 제시한 정계은퇴 용의 기준인 `한나라당(823억원)의 10분의 1`을 넘어섰다는 주장이 제기돼 노 대통령으로선 어떤 식으로든 입장표명이 필요했다. 노 대통령으로선 이번 재신임과 총선결과 연계안이 국민에게 약속한 재신임 문제 해결과 안정적 국정운영의 필수요소인 총선승리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불법 대선자금과 친인척ㆍ측근 비리, 정국혼선 등에 따른 국민적 비난도 일시에 극복할 수 있는 성과를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노 대통령이 총선과 재신임을 연계시킴에 따라 이번 총선은 노 대통령의 신임이냐, 불신임이냐의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총선판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단순한 친ㆍ반노의 대결 양상을 넘어서 `국정안정`대 `국정혼란`의 대결로 이끌려는 생각인 셈이다. 노 대통령이 총선 결과에 따른 자신의 중대결심을 총선 전 열린우리당 입당 시점에서 구체적으로 밝힐 것이라고 공언한 것도 총선을 앞두고 단계적으로 수위를 높여서 총선정국을 장악해 나가겠다는 포석으로 볼 수 있다. 노 대통령이 이날 회견에서 야당의 탄핵안 발의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법 위반 결정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보인 것도 이번에 야당의 압력에 밀릴 경우 걷잡을 수 없는 리더십 위기에 빠져 총선패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이처럼 이번 총선에 배수의 진을 치고 나설 경우 야권의 거센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하다. 야당이 이미 노 대통령의 회견 직후 재신임과 총선결과 연계는 “국민들을 협박하는 것”이라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가 “당론에 따르지 않는 의원들의 출당 및 공천철회”을 언급하고 나왔고, 홍사덕 총무와 민주당 유용태 원내대표가 “이미 탄핵선을 넘어섰고 남은 것은 표결절차 뿐이다”고 공언한 것도 탄핵 표결 강행의지의 우회적 표현이다. 하지만 탄핵안이 열린우리당의 본회의장 점거 농성, 그리고 박관용 의장의 경호권 발동 소극적 입장 등으로 쉽게 처리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 경우, 야당은 노 대통령의 재신임과 총선결과 연계발언이 “국민을 협박해 총선민의를 왜곡하는 것”이라고 비난하면서 국면을 또 다르게 전개시킬 수 있다.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개헌론`이 16대 국회 임기 전에 본격 추진될 가능성도 높다. 이와 함께 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국민들을 자극, 여론의 역풍이 불 경우 총선 패배를 자초, 대통령직 하야라는 극단적 상황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구동본기자 dbko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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