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관계 당국의 감시가 강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 기업들이 재무 상태를 좋게 보이기 위해 편법을 동원하는, 이른바 `수익관리 게임(Earnings-management Game)`이 여전히 성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기업들이 수익 예상치와 실제 발표치를 교묘히 조작, 주가를 부풀리는 편법이 업계에 만연돼 있다. 예상치를 고의적으로 낮게 발표함으로써 실제 수익 발표 때 “A기업 수익, 예상치 상회”란 뉴스가 나오도록 유도, 일시적으로 주가를 띄운다는 것.
예컨데 애플컴퓨터의 경우 올 2ㆍ4분기 실적 발표 다음날 주가가 5% 폭등했는 데, 이 게 바로 이런 편법의 결과다. 석달전 애플은 주주들에게 “2분기 수익이 저조할 것”이라며 비관적 전망을 내놓아, 애널리스트들은 애플의 2분기 수익 예상치를 주당 3센트로 잡았었다. 그러나 실제 수익은 이를 웃도는 주당 5센트. 이에 따라 애플의 주가는 다음날 13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순익이 41%나 감소했다는 진실이 부각됐더라면 이 같은 결과는 기대하기 힘들었을 거라고 WSJ은 꼬집었다.
문제는 애플의 이 같은 수익관리 게임을 회계조작으로 규정할 수 없다는 것. 이 때문에 이 편법은 기업 회계 투명성을 강화하려는 관계 당국의 감시망을 벗어나 업계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톰슨앤퍼스트콜의 조사에 따르면 S&P 500대 기업 가운데 지난 1ㆍ4분기 수익이 예상치를 웃돈 기업은 전체의 60%를 넘는 312개에 달했다. 100개 기업은 예상치에 부합했고, 단지 85개 기업만이 예상치를 밑돌았다. 또 전체적으로는 수익이 예상치에 비해 6.2% 높게 나와 기업 실적이 많이 개선됐다는 잘못된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기업의 32.7%가 지난해 동기에 비해 수익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예상치와 실제 수익간 차이가 경기 회복에 따른 것이라기 보다는 상당 부분 사전에 계획된 조작에 의한 것임이 입증됐다.
한편 회계조작과 관련,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초점을 맞춰 지난해 7월 제정된 사베인즈-옥슬리 법안이 업계의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 내는 데 실패했으며, 일각에서는 심지어 상장요건을 까다롭게 해 증시 회복이 지연되는 부작용만 초래하고 있다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김창익기자 window@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