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산 '퇴출'? 어림없는 소리

연산교육에 으뜸, 초등생 주산붐 타고 '부활'

서울 강서구 염창동의 학부모 정모(33)씨는 지난달부터 초등학교 1학년에 다니는 딸을 주산학원에 보내고 있다. 정씨의 딸은 처음에는 난생 처음보는 `이상한 물건'에 "새로 나온 인라인 스케이트냐"며 의아해 했지만 지금은 두자릿수 덧셈, 뺄셈은 암산으로 척척 해낼 수 있는실력을 갖추게 됐다. 정씨는 "초등학교 수학은 연산이 80% 이상인데도 딸이 어렸을 때부터 저절로 계산해 주는 컴퓨터에 익숙하다 보니 셈 능력이 떨어져 걱정했는데 이제 반에서 손꼽힐 정도로 셈을 잘한다"며 "이웃 학부모도 주산학원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정씨는 "시험장에 계산기는 들고가지 못해도 암산은 할 수 있지 않느냐"며 "수학시험에 도움이 될 뿐아니라 셈의 원리 이해에도 주산만한 게 없는 것 같다"고 `주산 예찬론'을 폈다. 70년대말~80년대 초 전성기를 구가하다 첨단 컴퓨터와 계산기에 떼밀려 기억속에서 사라져 버렸던 주산이 최근 초등학생 사이에서 연산교육용으로 `붐'을 이루며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주산은 10여년 전까지 초등학교 6학년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일상생활에 필수도구였지만 컴퓨터와 계산기의 등장으로 `구식'이라는 꼬리표를 달면서 급속히 쇠락의길을 걸었다. 하지만 최근 초등학교 학부모들 사이에서 셈의 원리를 깨치고 암산능력을 키울수 있는 교육방법으로는 주산 이상이 없다는 `복고' 열풍이 불면서 자취를 감췄던주산학원이 대도시 한복판에 속속 생겨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디지털'의 폭풍에 휩쓸렸던 수천년의 역사를 가진 `아날로그'식 셈 도구가 당당히 한 몫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단순한 `클릭'만 하면 되는 컴퓨터에 비해 주산은 작은 주판알을 손가락으로 빠른 속도로 섬세하게 다뤄야 하기 때문에 지능개발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게주산 예찬론자들의 주장이다. 지난해 3월 초등학교 수학교육과 주산을 결합해 학원을 낸 Y사는 1년 남짓 만에전국에 2천500여개의 체인학원을 냈다. 이 회사의 홍동렬 이사는 "학부모들이 셈 교육을 시키려고 별의별 방법을 다 동원했지만 결국 주산만한 것이 없다는 결론으로 돌아왔다"며 "실제로 효과를 보고 있다는 학부모와 학생들이 대다수"라고 말했다. 주산이 이처럼 화려하게 부활하자 지난달 24일 서울 덕수상고에서 10년만에 `전국 주산대회'가 열렸고 300여명이 참가, 성황을 이뤘으며 지금은 없어진 급수시험도전국주산연합회를 중심으로 다시 추진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판을 만드는 회사도 다시 살아났다. 국내 대표적인 주판제조업체인 용인의 고려주판 측은 "지난해 초부터 주판이 팔려나가 올해에는 판매량이 주판 붐이 일기 전에 비해 10배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주판 디자인도 예전처럼 23줄짜리 나무로 만든 검정색 틀에 갈색 주판알이 아니라 11줄짜리로 축소돼 휴대가 간편할 뿐 아니라 어린이의 취향에 맞게 주판알 색깔도 `컬러풀'하게 변신했다. 목동 아파트단지에는 현재 10여개의 주산학원이 생겨났으며 학창시절에 주산을배웠던 주부들이 주산 공부방을 열고 있다. 주산 공부방을 연 박현미(32)씨는 "학교 다닐때 1급이었는데 아파트에서 주산을 배우려는 초등학생들이 늘어 여성인력센터에서 주산을 배워 공부방을 열었다"며 "초등학생 연산능력에는 상당히 도움이 된다는 게 학부모들의 반응"이라고 말했다. 주산보급업체인 ㈜주산과암산 강상국 대표는 "초등학생 뿐 아니라 빠른 암산 능력이 필요한 입시학원까지 주산이 보급되고 있다"며 "컴퓨터 학원이 주산교육을 병행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강훈상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