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직권중재, 勞使政관계 급랭 우려

지하철 불법 총파업에 따른 정면충돌 가능성

서울 등 노동위원회가 19일 서울 지하철과 도시철도, 인천 지하철에 대해 직권중재 회부 결정을 내림으로써 향후 노.사.정 관계가급격히 냉각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전날 중앙노동위원회가 LG칼텍스정유에 대해 직권중재 회부를 결정한데 대해 노조가 반발, 총파업에 들어감에 따라 공장 가동이 전면 중단된 점을 감안하면지하철도 21일 노조의 총파업 강행에 따른 교통대란은 물론 노.정 간의 정면출동 가능성까지 우려되고 있다. ◆노동위의 잇단 직권중재 회부 결정 = 정부는 노조의 파업을 불법으로 내몬다는 지적을 받아온 직권중재 회부 결정을 자제하고 노사 자율교섭을 통한 타협을 유도한다는 게 최근의 기본 입장이다. 이같은 입장은 올 노동계 하투(夏鬪)의 본격적인 신호탄이었던 병원 노사부터적용돼, 중노위의 경우 지난달 10일부터 노조가 파업에 들어간 병원 노사에 대해 `직권중재'가 아닌 `조건부 직권중재'라는 결정을 처음으로 내렸다. 중노위는 병원 노조의 파업이 장기화됨에 따라 같은달 18일 "자율교섭이 원만히이뤄지지 않을 경우 19일 직권중재 회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발표했지만 다음날타결에 필요한 시간을 주기 위해 직권중재 회부 결정을 보류, 결국 파업 13일만에교섭을 자율적으로 타결짓는 데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중노위는 또 이달 14일 LG칼텍스정유에 대해서도 "19일 오전 0시 이후 쟁의행위를 계속하거나, 이전이라도 단협에 따라 파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한 기본 근무자들이 쟁의행위를 할 경우 중재에 회부한다"는 조건으로 직권중재 회부 보류를 결정하는 등 노사간 쟁의행위에 대해 직권중재 결정을 자제해 왔다. 중노위는 그러나 18일 "LG정유 노조가 교대근무를 시키지 않은 바 있고 근무직인 조합원들을 근무에서 제외시키는 등 중재회부 보류결정 조건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올해 첫 직권중재 회부 결정을 내렸다. 이 같은 중노위의 방침은 지노위에도 반영돼 이날 지노위는 서울지하철공사(1∼4호선)와 도시철도공사(5∼8호선), 인천 지하철 등 3개 지하철 노사에 대해 20일 오전 0시를 기해 직권중재 회부를 결정했다. ◆지하철 직권중재 회부 결정 배경과 파장 = 서울 등 지노위가 지하철 노사에대해 `조정 중지'나 `조건부 직권중재'가 아니라 곧바로 `직권중재' 회부를 결정한것은 이전 병원 노사나 LG칼텍스정유와 다른 배경이 깔려있다. 즉 병원 노조의 경우 올해 첫 산별교섭을 진행하면서 상당수 병원 노조가 파업에 참여하기는 했지만 노조가 필수업무 유지 등을 약속함에 따라 조건부 직권중재결정이 내려졌고, 실제 노조가 필수업무를 어느 정도 유지해 파업에 따른 파급효과도 그리 크지 않아 자율교섭이 가능했다. 또 LG정유의 경우 당초 노조가 기본 근무자 유지 등의 조건을 수용함에 따라 조건부 직권중재 결정이 내려졌지만 실제 파업과정에서 이 같은 조건들이 지켜지지 않음에 따라 중노위가 곧바로 직권중재 회부를 결정했다. 하지만 지하철의 경우 노사가 현격한 입장차이를 보이면서 금명간 자율교섭을통한 타결을 기대하기 힘든 데다 합법적인 파업에 돌입할 경우 병원이나 LG정유와는달리 시민들의 생활에 곧바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 등이 고려돼 직권중재 회부가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서울지노위는 지하철과 도시철도 노사 양측에 19일 오전 10시까지 각각의 최종안을 내놓도록 했지만 지하철 노조가 제출하지 않았으며, 지노위가 이날 오후 열린본조정회의에서 내놓은 조정안마저 노조측은 거부했다. 지노위가 내놓은 조정안은 "근로조건과 임금수준은 이전대로 유지하고 인원은노사 공동참여하에 객관적인 전문기관에 의뢰, 그 결정에 따르기로 한다"는 내용인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지노위는 이같은 조정안마저 노조측이 거부함에 따라 노조의 합법적인 파업이 가능한 `조건부 직권중재'가 아니라 `조정 불성립'을 선언한 뒤 직권중재를 결정한 것이다. 지노위 관계자는 "서울 지하철의 경우 수송분담률이 34%에 달하는 등 시민들의기본생활에 직결되는 점 등을 감안, 직권중재 회부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고말했다. 반면 대구지노위는 대구 지하철에 대해 `조정 불성립'만 선언한 채 직권중재 회부 등의 결정을 내리지 않았으며, 부산지노위는 부산 지하철에 대해 "주요 시설물을비롯한 모든 시설물 점거나 운영방해 등의 행위를 하지 않고, 운전사령은 정상조업한다"는 조건으로 조건부 직권중재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상당기간 냉각관계를 보이던 노사정이 최근 대표자회의를 구성, 노사정위 개편방안 마련에 들어가는 등 여느 때보다 비교적 안정적으로 이어지던 노사관계가 다시 악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실제 LG칼텍스정유 여수공장의 경우 중노위의 직권중재 회부 결정 이후 노조가부분파업에서 전면파업으로 전환하면?19일 공장 건립이래 37년만에 공장 가동이전면 중단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민주노총도 중노위의 직권중재 결정에 대해 19일 성명을 내고 "직권중재는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며 예상치 못하는 최악의 상황을 불러오게 될 것"이라며 "21일 3차총력투쟁을 통해 `정당한 요구에 대한 무시는 노사관계의 파탄을 초래할 것'임을 분명히 경고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상황 등을 감안하면 자칫 LG정유와 서울 지하철 등의 불법파업 강행에따른 공권력 투입과 정면충돌 등으로 이어지는 파국사태가 초래될 가능성이 큰 상태다. 하지만 지하철의 경우 파업에 따른 파급효과로 인해 노조와 사측 뿐만 아니라정부조차도 시민들의 비난여론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큰 만큼 자율교섭이나 중재를 통한 극적 대타협의 가능성도 전적으로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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