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화 계기 맞은 한보철강과 하이닉스

한국경제를 짓누르던 대규모 부실기업의 매각이 잇달아 성사되어 해당 기업은 물론 채권은행의 부담이 크게 줄어들게 됐다. 특히 장기간 표류하던 한보철강의 경우 INI스틸ㆍ하이스코 컨소시엄과 양해각서를 체결함으로써 국내 철강업계의 재편이 가속화 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하이닉스의 비메모리부문도 해외매각이 성사되어 경영정상화가 앞당겨 질 것으로 예상된다. 매각규모가 각각 1조원대에 이르는 대규모 매각이 성사된 것은 기업 구조조정의 큰 성과일 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대외신인도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한보철강과 하이닉스 비메모리부문 매각은 기업구조조정과 관련해 여러 가지 교훈을 준다. 우선 기업가치 또는 매각가치는 해당 산업의 경기 사이클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이다. 한보철강ㆍ하이닉스 비메모리부문 매각 대금은 모두 당초 매각 예상 규모보다 두배 가까이 높다. 이는 매각시기에 따라 기업가치가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불과 1년도 안 되는 사이에 기업가치가 두배 이상 차이가 난다는 것은 기업의 최적가치는 사전적으로 알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보면 외환위기 직후 기업 워크아웃과정에서 지나치게 서둘러 부실기업 매각을 추진함으로써 수많은 기업 또는 자산이 헐값에 팔려나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제 남은 과제는 이번 매각 성사를 계기로 한보철강과 하이닉스가 하루빨리 정상화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INI스틸과 하이스코는 한보철강 인수를 계기로 철근 생산능력이 크게 확대되고 쇳물을 만들 수 있는 코렉스설비를 확보하게 됨으로써 숙원인 일괄제철소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 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한보철강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반드시 낙관할 수는 없다는 시각도 있다. 가능한 한 짧은 기간안에 한보철강이 정상화돼 국내 철강산업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하이닉스 비메모리부문의 경우 당초 예상을 크게 웃도는 금액으로 매각이 성사됨으로써 하이닉스의 부채경감은 물론 자금사정이 크게 호전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길게 보면 아쉬움이 없는 것도 아니다.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메모리와 함께 비메모리 부문을 동시에 운영할 필요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제 하이닉스는 메모리사업에 집중함으로써 경쟁력을 유지하고 생존력을 키워 나가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메모리 전문 반도체기업으로서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중국 등지로의 생산기지 다변화전략을 포함해 새로운 생존전략을 모색해야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보철강과 하이닉스 모두 하루빨리 건실한 기업으로 거듭남으로써 국가경제에 이바지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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