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회 대형사업은 돈먹는 하마?

졸속추진으로 잇단 실패 수백억 헛돈에 농민피해 등 부작용 속출 경마팬들로부터 환급률(매출액에서 고객 배당금이 차지하는 비율) 인상압력을 받고 있는 한국마사회가 대형 프로젝트를 졸속으로 추진, 실패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수백억원에 달하는 사업비 회수가 막막해지고 경주마 육성 계획도 차질을 빚는가 하면 심지어는 농사에 피해를 줘 민원을 발생시키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는 실정이다. ◆ 경주경마장 262억원 낭비 지난 94년에 시작된 경주경마장 건설사업은 262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됐지만 문화재가 출토되면서 7년 만에 백지화됐다. 당초 이 사업은 유물보전 대책을 전제로 문화체육부로부터 시행허가를 받았다. 마사회는 '경마장을 지어도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경주시의 대답만 듣고 덜컥 사업을 시작했지만 신라시대의 토기와 주거지ㆍ고분 등 유물ㆍ유적이 쏟아져 4월 문화재청에 의해 사적지로 지정되면서 결국 7월 없던 일로 돼버렸다. 이로 인해 부지 매입(150억원)과 문화재 발굴(40억4,500만원), 산림훼손 복구 예치(20억원) 등에 들어간 262억원의 회수가 막막해졌다. 이에 대해 마사회의 한 관계자는 "문화재청을 상대로 토지 매수 청구를 요청하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소송도 불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문화재보호법상 대규모 건설행위시에는 지표조사를 당연히 하게 돼 있는데다 사적지로 지정됐다고 해 사유지를 모두 정부가 매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문제는 법정에서 가려지겠지만 전액 회수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 마사회는 1,000억원이 넘는 대규모 사업을 치밀한 계획 없이 추진함으로써 수백억원의 사업비만 묶이게 됐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 익산 경주마목장도 4년 허송세월 전북 익산시에 제2 경주마 육성목장을 건설하려던 사업도 마찬가지다. 부지매입 문제로 4년을 질질 끌다 결국 취소됐다. 마사회는 97년 4월 익산시로부터 경주마 목장유치 계획서를 접수한 이후 여러 차례의 현장실사를 거쳐 익산시 금마면 등 일대 84만평을 부지로 확정했다. 하지만 종중땅이 포함돼 분쟁소지가 많은데다 일부 개인들도 반발, 부지매입 자체가 어려워져 7월 사업이 중단됐다. 마사회는 이 과정에서 토지감정평가 수수료 1억3,500만원과 설계비 2억8,000만원 등 4억1,500만원을 낭비했다. 또 땅 매각을 결심했던 농민들은 "곧 보상이 된다"는 말만 믿고 있다 2~3년 농사 피해를 입기도 했다. 익산시 금만면 갈산리에서 배 농사를 짓고 있는 오모씨의 경우 목장건설이 금방 될 것으로 믿고 과수원 손질을 소홀히 하는 바람에 낭패를 봤다. 갈산리에만 이런 농가가 20여곳에 이른다. 이들은 익산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계획하고 있다. 마사회는 현재 대체 목장 부지를 물색 중이지만 오는 2004년 부산경마장 완공에 맞춰 국산말 자급 터전을 마련한다는 마사회의 중ㆍ장기 계획은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오철수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