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한 자금.정보력으로 투기매매시장비중 5% 정도에 불과한 외국자본이 국내 선물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외국자본의 이같은 선물시장 영향력은 급등락을 연출하는 최근 증시의 최대변수로 부각될 정도다. 선물시장에서의 외국자본의 움직임은 곧바로 현물시장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투기적 매매에 나서는 외국인들이 수급취약, 원달러 환율불안 등으로 가뜩이나 위축된 증시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는 볼멘소리들이 여기저기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 16일 주가지수선물이 10포인트 이상 떨어진 105포인트를 기록하자 장 막판 일시에 6,000계약 이상의 신규 매수주문을 내며 지수를 115포인트대까지 끌어올렸다. 선물지수가 급반등하자 일시에 현물시장에서 대량의 프로그램매수가 발생해 현물지수가 30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18일엔 반대로 대량 매도주문을 내 현물지수를 급락시켰다. 장 막판인 오후 2시 50분께 갑자기 114포인트대이던 선물지수가 112.50까지 급락했다. 이때 값싼 선물을 사고 비싼 현물을 파는 기계적인 프로그램매도가 수백억원 발생했다. 순간 전일보다 5.20포인트 오른 902.72에 마감하는가 싶던 현물지수가 24포인트 가량 떨어지며 879.14에 끝났다.
선물시장은 사실상 국내 기관투자가가 아닌 개인투자자의 시장이기 때문에 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외국인에 완전히 휘둘리고 있는 상황이다. 막대한 물량을 일시에 쏟아부을 경우, 전망과 분석력이 뒤떨어지는 개인투자자들은 외국인을 쫓아갈 수 밖에 없다는 것.
선물업계 관계자는『증시가 방향타를 잃은 것을 이용해 외국인이 투기적 매매에서 나서며 선물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6일 매수포지션을 취했던 외국인 세력은 그동안 선물시장을 교란시켜왔던 투기세력인 이른바「홍콩 물고기」와는 다른 집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홍콩 물고기는 실제 홍콩계 자금인지도 밝져지지 않았지만 단지 계좌명이 송어라는 이름으로 돼 있어 붙어진 별명이다.
홍콩 물고기는 선물지수가 123~126포인트대였던 지난달 중하순에 하루걸러 2000~3000계약의 신규매도를 쳤고 이 과정에서 선물지수는 110포인트대까지 급락했다. 그런데 이들이 갑자기 105~110포인트에서 신규매수를 하기에는 무리가 있고 따라서 16일의 매수세력은 또다른 세력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증권거래소는 신규 세력이 말레이시아 국적의 자금이라고 밝히고 있다.
현재 주요 주체별 선물시장 비중을 보면 개인이 40%, 증권사가 40%이고 외국인은 5% 내외에 불과하다. 그러나 개인은 물론 증권사는 원칙에 근거해 매매하기보다는 시장 눈치보기 바쁜 상황이라 시장 선도력이 없다. 때문에 선물시장은 외국인에게 무주공산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기관투자가의 참여비중이 확대되고 시장 지배력이 커지지않는 한 선물시장은 막강한 자금력과 정보력을 가진 외국인의 독무대가 지속될 것이고 이에따라 현물시장도 그 영향력하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편 코스닥에서도 외국인의 입김이 갈수록 커지면서 해외자본의 투기적 매매에 코스닥시장이 혼란에 빠지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일부 분석가들은 코스닥시장에 투자하는 자금이 홍콩계 헤지펀드등 단기투자자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가 주변에서는 코스닥의 외국투자자들 절반 가까이가 헤지펀드일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한 실정이다. /이장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