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금통위원들은 인맥 형성보단 '경제계 어른'으로 활약

[한국의 新人脈] <3부> 관료사회를 파헤친다 5. '경제 디자이너' 한국은행
어윤대·김종창·이덕훈 등 금융·학계등서 활발한 활동

어윤대 KB금융 회장

김종창 금감원장

이덕훈 전 우리은행장

금융통화위원회는 대한민국 통화정책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이자 경제의 핏줄이라 할 수 있는 금융의 흐름을 결정하는 심장부다. 이 때문에 금통위원은 사회적으로 명망과 학식을 갖춘 인물들이 임명되며 임명 자체만으로도 '가문의 영광'이다.

그래서 금통위원들은 그들 간의 끈끈한 인맥을 형성하기보다 각자의 삶에서 형성된 인맥을 바탕으로 보폭을 넓혀가는 것이 통례다. 하지만 역대 금통위원을 거쳐간 사람들의 삶의 궤적을 보면 금융과 학계 등에서 경제계의 '어른'으로 활약하고 있다. 그들 한 명 한 명이 대한민국 경제의 수레바퀴를 이끌어가는 동시에 나름의 인맥을 구축하고 있는 셈이다.

◇활발한 활동 펼치는 민간 출신 금통위원=역대 금통위원들을 보면 크게 학계, 금융계(한국은행 포함), 관료 출신 등으로 삼분할 수 있다. 지난 1998년 이후 금통위원 31명의 출신을 보면 관료 10명, 금융인 11명, 교수 10명 등 약 3분의1씩 나눠져 있다. 이는 금통위원이 한은ㆍ정부ㆍ대한상공회의소ㆍ은행연합회 추천 등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출신 배경이 안배돼 있는 것. 이 점도 금통위 인맥이 느슨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작용한다.

그러나 금통위원을 거쳐간 금융계ㆍ학계 등 민간 출신 금통위원들은 여전히 활발한 행보를 펼치고 있다. 어윤대 KB지주 회장의 경우 1992년 금융기관 선출위원으로 금통위원을 3년간 지냈다. 이후 고려대 총장 등을 지냈으며 최근에는 국내 최대 은행의 수장이 됐다.

정치권으로 진출한 사례도 있다. 2004~2008년 금통위 멤버였던 이성남 위원은 씨티은행ㆍ금융감독원 등을 거친 후 첫 여성 금통위원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후 민주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 금융 전문가로서 왕성한 의정활동을 벌이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 금통위원들도 눈에 띈다. 2004~2008년 금통위원을 지낸 이덕훈 전 우리은행장과 강문수 전 금통위원은 1980년대부터 KDI에서 연구활동을 해온'KDI맨'이다.

교수 출신 금통위원들도 1998년 금통위원이 상근직으로 전환된 후 새로 입성한 직업군이다.

특히 서강대를 고리로 금통위원을 거쳐간 이들이 관심을 끈다. 김병주 서강대 명예교수와 최운열 교수가 대표적 예이고 1990년대에는 김광두 교수가 금통위원을 지냈다. 이덕훈 전 위원도 서강대 경제학과 출신이다.

◇명예와 경력, 관료들에게 명예와 경력 관리장소=고위 관료들에게 차관급인 금통위원은 누구나 한번 가보고 싶어하는 자리다. 장ㆍ차관 등 고위직을 두루 섭렵한 후 마지막 거치는 명예직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를 통해 화려하게 부활하는 사람들도 많다. 청와대 정책실장을 거친 뒤 금통위원을 역임한 박봉흠 전 위원은 총리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고 김병일 전 기획예산처 장관은 차관 이후 금통위원을 거쳐 2003년 장관으로 갔다. 강영주 위원이 임기를 2년 정도 남기고 2002년 증권거래소이사장으로 옮겨갔으며 장승우 위원도 임기 중 기획예산처 장관으로 임명됐다. 김종창 금감원장 역시 비상근 시절 금통위 멤버 출신이다.

금통위원 출신들은 공식적으로는 1년에 한번 연말에 '금통위 간친회'를 갖는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금통위를 통해 새로운 인맥이 형성되기보다 이미 금통위원 이전에 형성된 인맥을 바탕으로 친분이 강화되는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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