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1,000시대] 장기상승 랠리, 이제부터 시작이다

장기투자금 유입 '밀물' 상승장 원동력 기대
적립형펀드 계좌수 100만개 돌파 기업 재무구조 호전도 긍정 작용


‘비록 10초간의 드라마였지만 이제부터 시작이다.’ 지난 25일 단 10초 동안만 1,000포인트를 뚫고 내려와 아쉬워하는 투자자들이 많지만 전문가들은 오히려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단번에 치고 올라가는 것보다는 밀고 당기는 과정을 거쳐 1,000포인트에 넘어서야 안착할 확률이 더 높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미 주가 네자릿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단지 시간상의 문제라는 평가다. 특히 적립식 펀드 열풍으로 장기투자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밀려들어오면서 장기 랠리가 이어질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 기업의 재무구조가 튼튼해졌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과거 1,000포인트 돌파 때와 지금은 기업의 재무구조가 다르다”며 “펀더멘털과 수급구조 개선, 경기 저점 돌파 등으로 상승장이 펼쳐질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고 말했다. ◇장기투자문화 정착 가시화=그동안 국내 주식시장의 취약점은 체력이 약하다는 것이었다. 단기성 자금이 시장을 지배하면서 지수의 급등락이 반복됐다. 이로 인해 주식시장에 대한 신뢰도도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증시의 체력은 바로 자금”이라며 “어떤 성격의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되느냐가 그 나라 증시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지적한다. 지금까지는 증시의 체력을 다질 수 있는 자금이 유입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경우 지난 82년 1,000포인트를 돌파한 뒤 2000년 1만포인트까지 내달릴 수 있던 원동력 중 하나가 바로 ‘장기투자자금’의 유입이었다. 82년 말 412억달러에 불과했던 주식 관련 간접투자금액은 83년 537억달러, 84년 770억달러로 늘었다. 특히 기업연금의 확정기여형 상품 중 401K는 84년 920억달러이던 것이 86년부터 3년간 1,830억달러로 늘었고 90년에는 3,850억달러까지 급팽창하면서 증시의 기반을 다졌다. 지난해부터 국내 주식시장에도 이런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배당펀드와 적립식 펀드가 성공하면서 장기투자문화가 싹트고 있다. 박효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2003년 말 20만개에 불과하던 적립식 펀드 계좌 수는 지난해 말 100만개를 넘어섰다”며 “1년 이상 투자하는 펀드에 자금이 몰리면서 주식시장의 체력을 강화하는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올해 말부터 시행될 예정인 퇴직연금제의 도입도 장기투자 관행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체 퇴직금의 20% 정도가 퇴직연금제로 전환될 경우 2005년 9조9,000억원, 2010년 13조5,000억원의 장기투자자금이 마련되는 셈이다. ◇기업 체력이 좋아진 것도 호재=증시 주변여건이 크게 호전된 상황에서 기업의 체력이 좋아진 것도 장기 랠리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기업의 순익에 비해 주가가 얼마나 높은지를 나타내는 주가수익비율(PER)은 현재 7배를 조금 넘는다. 종합주가지수가 1,000포인트를 넘어섰던 94년과 99년의 PER가 각각 20배, 15배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이는 주가에 비해 기업의 순이익이 높아졌다는 것으로 상승여력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박천웅 모건스탠리증권 상무는 “한국기업의 ‘이익의 질’이 계속 좋아지고 있다”면서 “한국증시의 재평가는 이미 궤도에 올랐으며 향후 3년 안에 ‘코리아 디스카운트(할인요소)’가 해소될 것”으로 말했다. 현재의 주가 강세장이 경기 저점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것도 고무적이다. 양경식 대신증권 연구원은 “과거 세 차례의 1,000포인트 돌파는 경기확장 국면 후기에 발생하면서 경기수축 국면 진입과 함께 약세로 반전됐다”며 “이번에는 내수경기가 장기침체를 지나 회복조짐을 나타내는 가운데 1,000포인트를 장중 한때 넘었다는 점이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과거와는 달리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과 소각 등을 통해 주식시장으로 자금을 공급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이런 이유로 상당수 전문가들은 “당분간 지수가 조정을 보일 수도 있지만 다시 상승기류를 탈 것”이라며 “어쩌면 지수 세자릿수를 보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낙관론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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