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 사장의 조건

가장 훌륭한 경영자의 조건은 무엇일까. 인격적으로 흠 잡을 곳이 없고 양심적이며 도덕적이라는 평판은 필요조건일지언정 충분 조건이 못된다. 적절한 연봉을 받으면서 주주들에게 높은 수익률을 선사하는 경영자가 우등생 경영자다. 그러자면 비정의 기업 세계에서 피나는 싸움을 해야 하며 때로는 구조조정과 같은 비인간적 작업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미국의 포브스가 해마다 선정하는 베스트 경영자의 조건이다. 포브스가 올해 최고의 경영자라고 지목한 인물은 급여관리 회사인 페이체크의 토마스 골리자노다. 그의 경영 기록을 보자. 최근 6년간 연평균 주주 수익률은 31%다. 재임기간 동안은 33%다. 무려 31년 동안을 사장자리를 지키며 그런 기록을 남기고 있다니 대단한 성적표다. 이익도 많이 냈지만 기업가치를 엄청 높였다는 얘기가 된다. 그는 경영의 최고권좌에 30년 넘게 앉아있지만 챙겨 가는 봉급의 수준은 아주 '겸손'하다. 최근 6년 동안의 평균 연봉은 80만 달러다. 우리 돈으로 10억 정도다. 포브스가 선정한 최악의 경영자인 월트 디즈니의 마이클 아이즈너 사장이 받은 1억2300만달러(1천500억원)에 비하면 150분의 1이다. 아이즈너는 이 엄청난 돈을 받으면서 최근 6년간 연평균 주주 수익률을 겨우 2%밖에 못 올렸다. 기업규모의 차이는 있겠지만 한 쪽이 양심적이라면 다른 한 쪽은 '천판'이라고나 할까. 자본주의와 비즈니스 세계에는 이런 구조적 부조리가 통하고 있는 걸 보면 시장경제에도 권력의 요소가 숨어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아이즈너가 사장 재임 18년 동안 통산 평균 19%라는 비교적 높은 경영실적을 올렸다 치더라도 그걸 기득권으로 삼아 실적이 곤두박질친 후에도 천문학적 봉급을 계속 챙기고 있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도 전문 경영인에 대한 금전적 보상이 시장원리를 따르기 시작했다. 경영성과와 연계되는 옵션제가 늘어나고 연봉수준도 엄청나게 높아졌다. 지난 해 삼성전자의 한사람 당 평균 보수는 35억7천만 원이었다고 한다. 옛날 기준으로 따지면 가히 1년생 재벌들의 탄생이다. 베스트 경영자는 이걸로 그만일까. 가장 훌륭한 경영자로 뽑힌 골리자노의 경우 포브스가 붙여 놓은 하나의 단서가 눈길을 끈다. <자선 사업가로도 유명한 그는 4000만 달러를 사회에 환원했다. 냉혹한 기업세계의 리더에 대한 평판도 이런 저런 숫자들이 비교되다가 궁극에는 인간적인 면이 고려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손광식(언론인)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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