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도약' 두드리는 '난타'의 꿈

5월중 공연계 첫 코스닥 등록 준비현재 공연계는 한 공연기획 단체의 발빠른 행보를 조용히 주시하고 있다. 연극인 송승환과 기업인 이광호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PMC프로덕션이 오는 5월 이후 코스닥 등록을 위한 예비 심사를 받는 것. '난타'를 제작해 유명해진 ㈜PMC가 예비 심사에서 통과되면 9월께 코스닥시장에 등록할 수 있다. 공연기획 단체가 코스닥에 등록하는 일은 물론 국내 초유의 일. '경제적 어려움'이 당연시 되는 연극계 스스로가 수익창출의 새 모델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하지만 누적수익으로 최고 흥행 문화상품에 오른 주역이 영화가 아닌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너무 빠르지 만도 않은 일이다. ▦기획의 힘, 난타의 힘 '해피 버스데이 투 유..'. 자막에 국어 영어 일어 중국어가 등장하는 난타 전용관.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는 순서라는데 아무리 들어도 한국어 음성이 희미하다. 공연장을 가득 메운 관객의 70% 이상이 외국인이기 때문. 초기 단계부터 세계 시장을 겨냥, 언어가 없는 퍼포먼스 형태로 만들어진 '난타'는 전용극장 설립과 동시에 공연 마케팅에도 박차를 가해 관객의 대부분을 외국인 손님으로 채우는 데 성공했다. '한국'하면 '난타'를 떠올리게 만들겠다는 게 이들의 사전 계획. 그러나 정작 공연은 한국적인 색채가 두드러진다. 타악 가락은 사물놀이 장단에서 빌려왔다. 중학교 음악 교과서에 난타에 나온 장단을 배우는 순서가 실릴 정도다. '결혼 피로연을 준비하는 주방'이 무대인데, 한국 요리가 주식이기 때문에 우리 부엌 도구가 곳곳에 걸린다. 외국인에게 인기 있는 캐릭터 상품 중 하나가 '빨래판 열쇠걸이'라는 설명도 재미있다. ▦코스닥 등록 추이는 현재 코스닥에 등록된 엔터테인먼트 관련 업체는 20여개 사 미만. 종합 유선방송, 음반 제작 및 기획사, 에니메이션, 게임 업체 등 종류도 다양하다. 공연기획사로 등록할 PMC의 공모예정 주식수는 총 120만주(액면가 500원)로 PMC 지분의 30.77%에 해당한다. 난타의 등록 가능성은 대체로 낙관적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 처녀 진출의 프리미엄 효과와 그간 보여준 창의성에 기반한 전망을 생각한다면 잠재력이 높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수면 위에 드러난 품목이 한 개에 불과한 만큼 장기적인 지속성과 성장성에 대해서는 더 추이를 봐야 한다는 의견도 다수다. ▦'난타'의 성장성은 창조력 '난타'같은 기업의 등장은 세계 산업의 중심틀 이동과도 맥을 같이하는 현상이다. 단순 육체 노동에서 정신 노동으로 넘어온 산업의 흐름이 예술적 창조성에 주도권을 내주게 된 것. 90년대에 폭발적 호응을 얻은 '비언어(非言語) 퍼포먼스'장르는 현재 어느 정도 뒤안길에 서 있는 게 사실. 하지만 '난타'의 경우 앞으로 10여 년 간 해외 투어, 극장 운영, 수출 등으로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이 높은 안정적인 경영 여건이 예상된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또 8월에 초연할 예정인 'UFO'는 같은 비언어 퍼포먼스 중에서도 댄스와 아크로바틱, 예술성을 가미한 서커스 등에 치중, 리듬 비트보다 장래성이 높다는 평가다. '관객은 (이런 공연을) 좋아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게 송대표의 생각. 실상 이는 관련 외국 단체의 내한에서 이미 확인된 바다. 그 외 2003년 공연을 목표로 준비중인 창작 뮤지컬이 있다. 지난해 말 극작가 이만희에게 대본을 맡긴 이 뮤지컬은 '공연 사각지대'인 중년층이 외려 '준비된 관객'이라는 데 착안한 기획물이다. 송승환 대표는 "엔드류 로이드 웨버(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작곡가) 같은 천재 음악가가 등장하지 않는 이상 순수창작 뮤지컬의 붐은 아직 힘들다"며 "대신 70~80년대를 풍미한 추억의 히트곡으로 뮤지컬을 만들 예정"이라고 답한다. 팝 그룹 '아바'의 곡으로 스토리라인을 짜 현재 브로드웨이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맘마미아'와 비슷한 경우다. ▦PMC의 미래 송대표는 "PMC라는 이름이 공연, 음악, 영화의 약자이듯 예술 영역 전반의 전문 소프트웨어를 창출하는 게 목표"라고 말한다. 올 가을 크랭크인에 들어가는 영화 '굳세어라 금순아' 제작도 이의 한 예. 이광호 대표는 "차라리 공연에 집중하는 게 우리에게 유리하다"면서 "그래도 송대표의 풍부한 아이디어가 중요하다"고 덧붙인다. 비즈니스 감각에 뛰어난 이대표와 창조적 마인드로 무장한 송대표는 '깨끗한 기업이 돼 공연사에 한 범례를 남기고 싶다'라는 점에선 비로소 한 목소리가 됐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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