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측 남은 카드 뭔가
사재출자 빼곤 확실한것 없어
‘초읽기’에 몰린 현대는 몇가지 ‘카드’를 준비해 놓고있다.
정몽헌(MH)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사재출자, 서산농장의 처리, 계열사 지원 등이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 가운데 현 단계에서 어느 것 하나 확실한 게 없다는 것이다.
그룹의 실질 오너인 MH가 직접 결정내려야 할 사안이어서 그가 서둘러 귀국하지 않는 한 사태해결이 어렵다는 게 현대측의 한결같은 입장이다.
◇사재출자=실현가능성이 가장 높고 현재로서는 최선의 대안. 그러나 구체적인 규모와 시기를 놓고 막판 저울질을 하고 있다. 현대 관계자는 “MH가 직접 결정을 내려야 할 사안”이라며 “결국 MH의 귀국이 열쇠”라고 말했다.
우선 현대는 4,000억원 규모의 추가 자구안을 내놓았다.
자구안은 정주영 전 명예회장과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 등 일가의 사재 출연과 서산농장을 담보로 하는 추가자금 지원요청, 건설이 보유하고 있는 상선주식의 매각 등으로 요약된다.
정주영 전 명예회장이 자동차 분리시 매각한 자금 1,700억원으로 구입한 건설의 만기 회사채를 출자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는 건설 입장에서는 돈이 들어오는 것은 아니지만 창업자의 사재출연이란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정몽헌 회장은 전자주식(1.7%)의 일부를 팔고 건설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상선 지분(23.86%)을 팔기로 했다.
◇서산농장 처리=최대 규모의 자산인 서산농장 처리는 실현가능성을 보장할 수 없다. 현대건설은 매각이나 채권단 담보제공 등 두가지 방안을 잡고 있으나 여의치 않은 실정. 매각은 제값을 받고 팔 수 없다는 데 걸림돌이 있다. 서산농장은 현재 장부가 6,421억원에 공시지가가 3,40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유일한 원매자라 볼 수 있는 정부 산하 농업기반 공사는 공시지가의 66%인 2,200억원 수준에서 매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현대측이 공시지가 아래로 매각할 의사를 밝힌다면 이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추가대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 내부에서는 이 농장을 정몽구(MK) 현대-기아차 회장에게 인수를 요청했다는 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현대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를 쥐고 있는 MH가 아직 귀국하지 않고 있어 자구계획이 강력히 추진되지는 못하고 있다.
◇계열사 지원=형제사나 친족기업의 지원문제는 어디까지나 현대건설의 희망사항이라고 볼 수 있다. MH 그룹 계열사 중 현금유동성이 비교적 풍부한 현대중공업은 이미 중공업·정유지분 인수라는 적법한 형식을 통해 건설을 지원했다.
전자·상선·증권 등 나머지 계열사는 자금사정상 도와줄 형편이 못된다. 계열분리된 현대자동차는 사실상 법적으로 지원이 금지돼 있다.
특히 MH 계열의 기업들도 지원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실제로 현대건설이 1차 부도를 맞은 것은 현대종합상사·현대전자·현대상선 등 정몽헌(MH) 회장 계열사들이 등을 돌린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현대종합상사 관계자는 “지난달 27일 현대건설로부터 기업어음(CP) 매입을 통해 지원한 5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회수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CP의 만기를 연장하기 위해서는 이사회의 승인이 있어야 하지만 사외이사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자금회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채수종기자
조영주기자
입력시간 2000/11/01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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