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영화 '호타루' 하회마을 촬영눈끝에 봄이 왔다. 구름한점없는 파란하늘 봄볕이 따스하게 내리쬐는 지난 22일 경북 안동의 하회마을 류시우(탤런트 류시원 부친)씨댁 대문앞.
"곧 촬영이 있을테니 국내외 촬영기자들은 이 선을 넘지 말아주세요. 그리고 핸드폰도 꺼주시거나 진동으로 바꿔주세요"
30여명이 넘는 한국, 일본 언론관계자들의 취재열기로 봄기운이 여름뙤약볕으로 변해있는 촬영현장을 가라 않지는 국내 통역자의 주문이 있은 후 바로 촬영이 시작됐다.
"우리 아들은 일본을 위해 죽었는데, 너희는 살아 돌아나니냐? 여기가 어디라고 오느냐"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는 다카쿠라 켄. 한참후 "죽은 전우들을 위해서도 그들의 몫까지 살아내자. 그것이 그들을 위한 가장 큰 공양일 것이다면서 열심히 살아왔습니다. 나는 댁의 아드님 금산때문에 행복했습니다. 금산 생전의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늦었지만 찾아왔습니다 "
지난해 영국 엘리자베스여왕이 다녀간 이후 국제명소가 된 하회마을 한복판에서는 일본영화 '호타루'(반딧불이)의 한국 제작분 막바지 촬영이 한창이었다.
하회마을 촬영에 앞서 이 작품은 일본 가고시마에서 대부분의 촬영을 마쳤다. 후루하타 야스오 감독과 다카쿠라 켄과 다나카 유우코 배우들 사이에 국내 원로배우 고설봉ㆍ전숙ㆍ박웅씨 등이 함께 촬영에 참여했다.
무려 5대의 카메라가 배우들을 근거리, 원거리에서 잡고 있는 가운데 후루하타 야스오 감독이 '레디 고''컷'을 외치는 이곳에는 한ㆍ일 취재진 외에도 봄나들이 온 관광객들도 구경을 하느라 촬영장 주변은 매우 어수선했다.
'철도원'에서 호연으로 국내 팬들과도 낯익은 중견배우 다카쿠라 켄이 전쟁에서 전사한 친구 금산의 유품을 유족들에게 전하는 장면이 한국내 스태프들의 도움으로 진행됐다. 이날에는 하회별신굿 탈놀이 보존회의 길놀이 촬영도 함께 있어 촬영장의 흥을 돋궜다.
안동 화회마을에서 이틀째 촬영중인 '호타루'는 일본 굴지의 영화제작사인 도에이영화사가 창립 50주년 프로젝트로 선보이는 야심작.
죽음을 목전에 둔 한 주부와 그의 남편이 펼치는 잔잔하지만 가슴 뭉클한 러브스토리를 뼈대로 인간의 삶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은 무엇인가를 묻고 회상하는 작품이다.
하회마을이 영화의 무대가 된 것은 주인공 친구의 고향이기때문. 태평양전쟁에서 가미가제 특공대로 나란히 참전했다가 주인공은 살고 한국 친구는 전사했는데, 그가 숨을 거두며 '고향의 가족을 만나 달라'로 유언했던 것.
이 부부는 친구의 유언을 들어줄 겸, 또 마지막 이별 여행지로 40여년만에 안동을 찾아 지나간 반평생을 돌아보게 된다.
이 영화는 이달 촬영을 마치고 후반작업을 거쳐 5월 26일 일본 전역에 개봉된다.
/박연우기자 ywpark@sed.c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