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아침에] 中 2자녀 정책이 부러운 이유

中 아이 낳기 원하는 환경 뒷받침



중국이 1980년 이후 유지하던 1자녀 정책을 버리고 2자녀 정책을 채택했다. 노동인구 감소와 고령화에 대비한 선택이다. 사실 상황은 우리보다 낫다. 중국의 지난해 말 기준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평균 출생아 수)은 1.4명이다. 국제적인 저출산 기준(1.3명)에 근접했다지만 우리의 1.2명에는 미치지 못한다. 65세 이상 인구는 우리가 전체의 12%를 차지하는 반면 중국은 10.1%에 불과하다. 중국이 아직 여유가 있는 상태에서 미리 조치를 취한 것이다. 이번 2자녀 정책으로 중국에서는 9,000만쌍이 2자녀 권리를 얻어 매년 500만명의 신생아를 낳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10년마다 남한 인구가 새로 생기는 셈이다. 물론 기대만큼 효과는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줄여 잡아도 250만명이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이런 정책을 쓸 수 있는 중국이 부럽다. 중국은 그래도 아이를 낳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으니 말이다. 우리는 환경이 되지 않아 아이 낳기를 포기한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지 않나.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를 자랑하는 한국이 얼마 전 내놓은 정책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 신혼부부의 전세자금 대출한도를 올리고 비혼·동거부부에 대한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겠단다. 그러면 사람들이 아이를 낳을 것으로 생각한 정책 입안자의 머릿속이 궁금하기만 하다. 우리는 지난 10년간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세워 80조원의 세금을 쏟아부었지만 합계출산율은 오히려 하락했다. 뭘 해도 안 된다면 발상을 바꿔야 한다.

여성은 아이를 낳는 엄마이면서 동시에 남성보다 우수한 노동인력이다. 여성이 남성보다 뛰어나다는 것은 받아들이기는 불편할 수 있어도 진실이다. 주지하듯 여성이 남성보다 우월하다는 증거는 전 생애주기에서 일관되게 나타난다. 유아기에 남아가 엄마·아빠 발음을 겨우 뗄 때 여아는 한글을 깨우친다. 초등학교에서 대학교까지 16년간 이어지는 배움의 시기에 여학생의 성적이 남학생보다 뛰어나다는 것은 모든 학부모가 인정한다. 오죽하면 아들 둔 부모가 성적 깔아주는 게 싫어 아이를 남학교에 보내려할까. 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어떤 회사가 최종면접을 없애고 시험 성적만으로 신입사원을 뽑는다면 그 회사는 여직원 천지가 될 것이다. 나이 들어서도 건강하게 오래 사는 사람은 할머니요 백해무익한 술·담배 달고 살면서 일찍 죽는 사람은 할아버지다. 이렇게 대단한 인력을 집에서 놀려서는 안 된다. 출산율 제고는 길게 보고 꾸준히 해야 할 중요한 일이요 여성을 경제 성장의 견인차로 내세우는 것은 당장 해야 할 시급한 과제다.

부족한 노동인구 문제를 내부에서 해결할 수 없다면 외부에서 수혈하는 것도 방법이다. 해외 인력의 국내 유치, 즉 이민 얘기다. 중국이 아이를 낳아 키우려면 20년은 기다려야 하지만 이민 인력에 우리 경제의 일익을 맡기는 것은 지금 바로 가능하다. 우리보다 더 일찍 노동력 부족을 경험한 선진국은 적극적인 이민정책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있다. 애플을 만든 스티브 잡스가 이민 2세대인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미국 실리콘밸리 경제활동인구의 45%는 이민자며 호주와 캐나다 인구 중 이민자 비율은 각각 28%와 21%에 달한다. 우리는 2.5%다.

여성과 이민 인력의 활용정책은 아무리 서둘러도 빠르지 않다. 내년이면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3,704만명(전체 인구의 72.9%)으로 정점을 찍고 줄어들기 시작한다. 내후년이면 이른바 인구절벽(소비지출이 상대적으로 왕성한 45~49세 인구가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부른 저승사자가 인구절벽으로 인한 소비절벽이었다. '어떻게 되겠지'라며 안이하게 생각하다가는 기어코 일본의 전철을 밟는다. 시간이 없다.

/한기석 논설위원 hank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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