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 중 3번이 연장… 매번 명품 드라마 연출

■ 서울경제 문영퀸즈파크 레이디스 클래식 D-10

지난 2007년 창설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은 거의 매년 마지막까지 결과를 알 수 없는 안갯속 명품 드라마를 연출했다. 지난해까지 일곱 차례 대회 가운데 세 번이 연장 승부였다. 네 차례 정규 홀 승부에서도 우승자와 2위의 격차는 세 번이 1타였다. 최다 타수 차는 2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야구 명언을 골프장으로 끌고온 대회다.


지난해 허윤경(25·SBI저축은행)과 김효주(20·롯데)의 연장 승부는 집중력의 싸움이었다. 대회기간은 늦가을이었지만 기온이 뚝 떨어진 마지막 날 레이크힐스 용인CC의 분위기는 한겨울이었다. 강풍까지 불어닥쳐 연장전은 황량한 벌판에서 벌이는 석양의 결투와 같았다. 마지막 날 정규 18홀에서 김효주는 모두 파를 적는 드문 경험을 했다. 전날 10개 홀을 더해 28개 홀 연속 파였다. 이 사이 3타 차 공동 10위에서 출발한 허윤경이 치고 올라왔다. 2타를 줄여 공동 선두로 마쳤고 연장 첫 홀에서 2m 파를 넣어 5개월 만에 시즌 2승이자 통산 3승째를 달성했다. 쉽지 않은 거리인데다 바람이 워낙 강해 집중하기 힘든 상황이었지만 바로 앞 주에 김효주에게 우승을 내줬던 허윤경은 기어코 짜릿한 설욕에 성공했다. 보기로 진 김효주는 대상(MVP) 확정에 만족해야 했다.

수원CC에서 열렸던 2011년은 역대 우승자끼리의 연장전으로 관심을 모았다. 2008년 챔피언 김하늘(27·하이트진로)과 2009년 우승자 이현주(27)가 맞붙었고 연장 두 번째 홀에서 파를 지킨 김하늘이 우승했다. 10m가 넘는 거리의 내리막 경사에서 김하늘은 첫 번째 퍼트를 침착하게 홀 50㎝에 붙인 뒤 승부를 결정 지었다. 김하늘은 2008년에는 마지막 날 마지막 홀에서 역시 10m가 넘는 장거리 버디 퍼트에 성공, 1타 차 역전 우승을 품었다. 당시 초대 챔피언 신지애(27·스리본드)는 공동 3위를 했다. 대회기간 조부상을 당했는데 가족들은 경기 후에야 소식을 알렸고 신지애는 바로 다음 대회에서 우승했다.

이정은(27·교촌F&B)이 우승한 2010년(리베라CC)은 준우승자 장수연(21·롯데)이 우승자만큼 화제였다. 당시 고1 아마추어였던 장수연은 최종 합계 9언더파로 대회를 마쳤다. 하지만 15번홀(파4)에서 세 번째 샷을 할 때 골프백의 위치가 뒤늦게 문제가 됐다. 골프백이 플레이 선상에 홀 쪽으로 세워져 있었다는 것. 방향 설정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룰 위반 판정을 받았고 2벌타를 보탠 장수연은 결국 연장에 갔고 첫 홀에서 졌다.

/양준호기자 migue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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