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100만년 동안 1초 오차 성능 클럭 개발



KAIST는 12일 기계항공공학부 김정원 교수팀이 전자시스템의 시계 역할을 하는 클럭의 오차를 수백조분의 1초로 줄일 수 있는 클럭 원천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클럭 발진기는 일정한 시간 간격의 주기적 신호를 발생시켜 전자시스템이 신호에 맞춰 정확하게 동작하도록 만드는 장치로 정보통신 시스템 뿐 아니라 입자가속기나 천체관측장치 같은 거대 과학시설, 초정밀 계측 장비, 레이더, GPS 및 위성항법 시스템 등 전 분야에 걸쳐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고성능 클럭 발진기들은 수억원에 달하는 높은 가격과 크기가 크고 기계적 안정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실험실 밖에서의 활용에 한계점을 갖고 있다.

연구팀은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신뢰성이 높고 가격경쟁력이 확보된 광통신용 광섬유 부품을 활용한 새로운 방식의 발진기를 개발했다.


이 기술의 핵심은 초고속 광섬유 레이저에서 발생하는 넓은 스펙트럼 내의 두 광주파수 차이를 이용했다. 기존 전자 발진기는 기가헤르츠(GHz, 1초에 109회 진동) 영역에서 동작하지만, 이 기술은 테라헤르츠(THz, 1초에 1012회 진동) 주파수를 이용하기 때문에 약 1000배 민감한 시간 차 측정이 가능하다.

그 결과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서 정의한 클럭 신호원의 성능을 나타내는 0.1초 동안의 시간오차인 타이밍 지터가 3펨토초(333조분의 1초)로 측정됐으며, 이는 환산하면 100만년 동안 1초의 오차를 갖는 성능에 해당한다.

이를 통해 별도의 특수 제작된 고가 소자 없이도 세계적 수준의 발진기 성능을 얻을 수 있고, 상용화 시 제작비용을 기존 최고 성능 발진기의 10분의 1 이하 수준으로 낮출 것으로 기대된다.

이 기술의 성능과 안정성이 아날로그-디지털 변환기나 고성능 신호 분석기와 같은 ICT 시스템, 레이더, 원격 탐사, 위성항법 등 국방, 우주, 환경 기술 분야에서도 폭넓게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김정원 교수는 “고성능 발진기 기술은 군용 레이더, 보안 분야와의 연관성 때문에 주요 장비들의 수출이 금지된 경우가 많아 국내 기술로 자체 개발한 것에 의의가 있다”며 “향후 유리기판 위에 시스템을 구현해 칩 스케일의 고성능 클럭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 11월 4일자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대덕=구본혁기자 nbgko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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