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덕 한솥도시락 회장, '집밥 같은 도시락'으로 가정간편식 시장 이끌 것

재배지서 농부 이름까지 공개… 농산물 실명제로 안전성 확보
5,000원 안 넘는 착한 가격 불구 가맹점 수익률 월 4~5%로 높아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가정 간편식 시장이 매년 20%씩 성장하고 있습니다. 농산물 실명제를 도입하고 재료를 고급화해 어머니가 만든 집밥 같은 도시락으로 가정 간편식 시장을 선도해 갈 것입니다."

일본 교토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줄곧 1등 자리를 놓치지 않았던 재일교포 2세 청년은 성년이 되기 직전 귀화를 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의 기로에 섰다. 그는 일본 국적을 가지는 것을 거부하고 1968년 고국으로 건너왔다.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여러 사업을 시작했지만 신통치 않았다. 고민 끝에 그가 주목한 분야는 외식업. 맛집을 찾아다니던 아버지와 음식 솜씨가 좋았던 어머니의 영향 덕분이었다. 특히 어머니의 정성이 들어간 따끈한 도시락이 떠올랐다. 당시 우리나라는 아시안게임과 서울올림픽과 글로벌 패스트푸드 브랜드의 진출로 외식업이 본격적으로 발달하기 시작하던 때였다. 1993년 7월 그는 서울 종로구청 앞에 26㎡(8평)짜리 도시락 전문점을 열었다. 현재 680여개의 매장을 운영 중인 이영덕(67·사진) 한솥도시락 회장의 첫 출발 이야기다.


이 회장은 "일본 2위 도시락 프랜차이즈 업체인 '혼케 가마도야' 사장이었던 선배의 도움으로 한솥도시락을 시작했다"며 "지금과 달리 창업 초기에는 테이크아웃 시스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지만 970원에 맛있는 도시락을 먹을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가게는 손님들로 북적였고 가맹점 개설 요청도 꾸준히 들어왔다"고 회상했다.

올해로 창업 22주년을 맞은 한솥도시락의 창업 이념은 '따끈한 도시락으로 지역 사회에 공헌한다' 이다. 즉석에서 만든 도시락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한다는 비전을 지켜온 덕에 소비자로부터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가 높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3,000원~5,000원을 지불하면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 이어 최근에는 고급 도시락 수요에 맞춰 6,000원~1만 원대 도시락도 선보였다.

프랜차이즈로서의 한솥도시락의 장점은 가맹점 창업의 투자수익률이 월평균 4~5%대로 유지된다는 것이다. 올해 예상 매출액이 1,000억원에 달할 정도로 안정적인 본사 재정 상태도 강점이다. 대부분 매장에서 1억 원을 투자하면 월평균 400만~500만 원의 순이익이 발생한다. '고객 이익 먼저, 가맹점과 협력업체와의 공생'이라는 이 회장의 원칙 아래 20여년 간 시행착오를 겪으며 탄탄한 수익 구조 시스템을 만들어왔기 때문이다.

최근 가정간편식 수요가 높아짐에 따라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한솥도시락은 농산물 실명제를 통한 '안전한 식재료'로 승부수를 띄웠다. 지난 11월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친환경 무농약 인증을 받은 청양고추로 토핑을 만들어 300원에 출시했다. 재배지와 생산 농부 이름까지 공개해 신뢰도를 높였다. 상반기에 선보인 휴대용 드립커피팩, 아이스커피 등 커피도 원두 생산지와 과정을 공개했다. 이 회장은 "고객들이 따뜻한 밥 한 끼를 안심하고 먹을 수 있게 하고 가맹점주들이 매출 증대를 꾀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견고한 수익구조 시스템을 유지할 것"이라며 "최근 도입한 농산물 실명제는 이를 위한 첫 단추"라고 설명했다. 내년에는 농산물실명제 품목을 더 늘린다. 또 커피, 음료, 샐러드, 반찬, 토핑 등 추가 매출을 올리는 보조 메뉴를 출시하고 여성층과 중장년층까지 아우를 수 있는 메뉴를 추가하는 등 보다 많은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고자 노력할 방침이다.

이 회장은 "간편한 한 끼 도시락에서 균형 잡힌 식단과 고품질 재료, 착한 가격까지 골고루 갖춘 어머니 손맛이 담긴 도시락 브랜드로 거듭날 것"이라며 "해외진출도 본격적으로 시도해 2030년에는 전 세계 2만개의 점포를 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지윤기자 luc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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