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출범에 즈음해 아시아를 비롯한 글로벌 전역에 인프라 큰 장이 열릴 것으로 보이지만 국내 은행들의 한숨은 되레 깊어지고 있다. 자금경쟁력이나 업무 노하우 등이 글로벌 금융사에 뒤처져 입찰하더라도 사업을 따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19일 금융계에 따르면 프랑스 테러사태의 여파에도 글로벌 IB 시장은 잇따른 호재로 출렁이고 있다. 가장 큰 호재는 연내 출범 예정인 AIIB다. 설립 자본금만도 1,000억달러에 달하는 AIIB 출범으로 향후 10년 내 아시아 시장에서만 8조달러 규모의 인프라 시장이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별로는 정권교체에 성공한 미얀마가 주목되는 시장이다. 군부독재로 글로벌 금융사들이 미얀마 시장 진출에 지금껏 어려움을 겪었던 만큼 이번 정권교체로 보다 활발한 투자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얀마는 지난해 8.7%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하는 등 잠재력이 상당하다. 아직 미얀마의 자체 자본시장이 발달하지 않은 만큼 외국자본 유치를 통해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등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핵협상 타결에 따른 이란 시장 특수와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를 잇는 130억달러 규모의 말레이시아·싱가포르 고속철도 사업자 선정 등 굵직한 사업들이 줄을 이을 것으로 기대된다.
문제는 국내 금융사들이 이 같은 인프라 시장에서 들러리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국내 금융사들이 가장 뒤처지는 부분은 자금 경쟁력이다. 글로벌 SOC 사업 등에는 달러가 필요한데 원화예금이 대부분인 국내 은행들은 달러를 별도 차입해야 한다. 은행별로 상황은 다르지만 달러 차입시 적게는 50bp(1bp=0.01%)에서 많게는 100bp 정도의 자금조달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으로 이어질 대규모 인프라 사업이 그나마 국내 은행들이 해볼 만한 아시아 지역에 집중돼 있음에도 은행들의 허탈감이 커지는 이유다.
한 시중은행 IB 담당 임원은 "모든 은행이 AIIB 출범과 더불어 본격화될 아시아 IB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지만 글로벌 IB 업체와 비교하면 역량 차이가 너무 크다"며 "금융외교를 통한 해외 IB 시장 개척 및 외화 지원 등이 병행되지 않으면 국내 은행들이 명함을 내밀 곳은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양철민기자 chopi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