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오는 12월3일(현지시간) 추가 양적완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기준금리 인하 등 부양책이 오히려 유럽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CB는 금리 인하를 통해 대출을 늘리고 유로화 약세를 유도해 수출을 증가시키려 하지만 이미 마이너스 금리인 상황에서 또 금리를 내리면 은행과 개인들의 현금 보유를 부추겨 되레 시장 유동성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또 경제에 대한 불안감을 키워 소비·투자 등 전반적인 경제활동이 더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2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ECB가 이번주 통화정책결정회의에서 현재 -0.2%인 예치금리를 0.1%포인트 이상 추가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러한 정책이 유럽 경제에 득이 되기보다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우선 현재 마이너스 금리 상황에서 예치금리를 더 내리면 시중은행들이 각국 중앙은행에 예금할 때 내는 이자 부담이 더 늘게 돼 은행자산을 중앙은행에 맡기는 대신 자체적으로 자금을 보유하는 쪽을 선택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시장 유동성이 줄어들어 자금흐름이 경색될 수 있다. 아울러 시중은행도 예금금리를 더 내리면 기업과 개인들도 자산을 은행에 예치하지 않고 현금을 금고에 쌓아두게 돼 은행들의 수익도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알베르토 갈로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 거시경제 리서치 부문장은 ECB가 금리를 0.2%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금리 인하는 유로화 가치를 낮춰 수출을 촉진하는 데는 다소 효과가 있겠지만 투자와 대출을 늘리는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돈 가치가 떨어져 스위스와 스칸디나비아 지역에서처럼 부동산 등 자산 버블을 심화시키는 한편 경제에 대한 불안심리를 자극해 경제활동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캐런 워드 HSBC 이코노미스트는 "금리 인하로 사람들이 저축보다 소비를 하도록 유도하지만 정작 사람들은 마이너스 금리에 혼란스러워한다"며 "긍정적 효과는커녕 두려움만 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양적완화 연장 △양적완화 확대 △자산매입 대상 확대 △금리 인하 △시장과의 소통 확대 등 다섯 가지 부양책을 활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선 올 3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대규모 자산매입을 통한 양적완화를 연장하는 방안이다. 애초 내년 9월까지만 시행하기로 했지만 이번 통화정책결정회의에서 기간을 연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채권매입 확대 등 양적완화 규모도 부양책에 포함될 것으로 FT는 예상했다. 또 이제까지 국채 위주의 자산매입에서 다른 자산으로 매입 대상을 확장하는 것이 세 번째 부양책이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밖에 가장 근본적인 부양정책인 금리 인하 조치도 포함될 수 있다고 FT는 내다봤다. /최용순기자 senys@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