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일 "취임 이후 1년 반이 지났는데 10년같이 느껴질 정도로 일이 많아 잠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며 "'지도에 없는 길을 가겠다'고 했는데 실제로도 안 해본 게 없다"고 말했다. 최 경제부총리는 이날 세종에서 기재부 출입기자단과 함께한 송년회를 통해 "아직 (개각 관련) '제대증'을 못 받았지만 제대를 앞둔 말년 병장 같은 심정"이라며 이같이 소회를 밝혔다.
그는 "특히 올해는 제가 총리 대행을 맡으며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령탑으로 전천후 소방수 역할을 요구받았다"며 "4대 구조개혁의 구석구석에도 제 손길이 안 간 곳이 없다"고 자평했다.
후임 부총리 추천설과 관련해서는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최 부총리는 "언론을 보면 대한민국 인사는 내가 마치 다 하는 것처럼 나오는데 (그렇지 않다)"라며 말을 아꼈다.
현재 경제상황에 대한 고충도 토로했다. 그는 "수출이 조금만 받쳐줬으면 올해 3% 후반, 4%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했을 것"이라며 "세계 경제 전체의 교역량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우리 스스로의 노력만으로는 극복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최 부총리는 그러나 현 경제상황을 지나치게 우려하는 부정론도 경계했다. 최 부총리는 "국내에서는 우리 경제에 대해 비판이 많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위기를 선방하고 있다"며 "한국 경제가 미증유의 위기라면 전 세계에 미증유의 위기가 아닌 나라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제가 경제부처하고 인연을 맺은 지가 35년이 되는데 단 한 해도 경제가 어렵지 않은 적이 없었다. (내년에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 잘 관리하는 도전의 한 해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제회복을 염원하는 의미에서 건배사로 '원더풀(원하는 것보다 더 잘 풀리는 대한민국 경제라는 의미)'을 제안한 최 부총리는 "내년에 세계 경제회복세가 미약하고 미국 금리 인상 등 여러 불확실성이 있지만 모두가 힘을 합치면 생각보다 더 잘 풀릴 것"이라고 덕담했다.
/세종=박홍용기자 prodig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