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 배터리를 포함해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담당하는 삼성SDI와 증자 준비를 하고 있는 삼성엔지니어링 등은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해졌다. 나머지 금융계열사와 바이오 분야도 인사 태풍에서는 다소 비켜 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올해 인사는 승진은 최소화하고 사장급 인사의 이동도 적을 것이라는 예상이 삼성 내부에서 나온다.
인사 이후 단행될 조직개편에서는 삼성물산이 상사와 패션을 통합하고 건설이 리조트·건설부문(옛 에버랜드)과 합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올해는 임원 인사도 속도를 낸다. 4일 있을 임원 인사를 앞두고 올해는 이례적으로 30일부터 퇴임 대상자에게 통보가 갔다. 일부 임원은 이같은 내용을 전달 받은 것으로 확인됐으며 임원 승진규모는 20% 이상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이번 인사에서 관심을 끄는 부문은 인사 뒤 바로 이어질 조직개편이다. 삼성은 그룹의 지주사 격인 삼성물산을 현재 4개 부문 체제에서 양대 부문 체제로 개편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은 1일 사장단 인사가 발표된 직후 이 같은 내용의 조직 개편안을 임직원들에게 공개할 계획이다.
우선 상사부문과 패션부문을 통합해 상사·패션부문(가칭)을 신설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 9월 공식 합병하면서 “상사와 패션 부문의 시너지 효과로 오는 2020년까지 매출 60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때 각 부문별 목표치도 제시했는데 패션 부문에는 1조9,000억원(2014년 기준)이던 매출을 2020년까지 10조원으로 5배 이상 끌어올려야 하는 어려운 숙제가 주어졌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패션 부문에서 비약적인 매출 폭발이 일어나려면 상사와 패션을 통합하는 게 옳다는 내부 의견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양 부문의 임직원 수는 2,000명 미만(패션 부문), 1,000명 미만(상사 부문)에 불과해 통합 작업은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으로 재계는 내다보고 있다.
기능이 중복됐던 건설 부문과 리조트·건설 부문(옛 에버랜드)의 경우 건설 부문은 하나로 묶고 리조트 부문은 건설 부문 산하로 두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 부문을 하나로 묶으면 자재 구매 등에서 낭비요인이 줄어 영업이익이 개선되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현재 4개 부문을 양대 부문으로 통합하면 재무·인사 등 지원조직에서 추가 인력 정리가 가능할 것으로 분석된다. 회사 안팎에서 거론된 사옥 이전 문제는 조직 개편안이 확정된 이후 최종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은 최지성 부회장을 중심으로 안정을 꾀한다. 현재로서는 삼성전자도 큰 틀에서의 변화는 없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럼에도 조직 슬림화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카메라 사업을 사실상 포기했고 발광다이오드(LED) 사업부 역시 멀지 않은 시기에 해체 수순을 밟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모두 투입 비용에 비해 성과가 신통치 않고 향후 시장 전망도 밝지 않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 사업들이다.
반면 삼성전자가 신성장동력으로 점찍은 전기자동차 분야에 대해서는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직 재편이 예상된다. 최근 아우디에 반도체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LG전자처럼 전기차 전장 부품을 전담하는 팀이 신설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IM(IT·모바일)부문은 예상과 달리 신종균 현 대표가 유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신 대표의 역할에 조정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연구개발(R&D)과 제조, 양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을 이미 확보해 놓고도 애플과 화웨이 등 경쟁사에 밀리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김영필·서일범·이종혁기자 susopa@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