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아트캠프, 이게 바로 나예요!'-주성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장·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벌써 5년도 넘은 일이 됐다. 보직을 맡고 있던 어느 날, 학교로 한 후원자가 찾아왔다. 학생들의 농산어촌공연을 지원하겠다는 제안이었다. 나는 흔해진 방문공연보다 '대학생 예술교육 농활'이 어떨까 했고 이 생각은 감사하게도 흔쾌히 받아들여졌다. 음악과 무용, 연극·영화·미술·전통예술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하는 한국예술종합학교의 대학생 교육기부 '아트캠프, 이게 바로 나예요!'가 그렇게 시작됐다. 대학생들 스스로 교육내용과 방법을 구상해 지역 어린이와 청소년을 찾아가 닷새 동안 예술활동을 함께하는 이 계획은 2010년 여름, 두 차례로 기획됐으나 활동에서 받은 감동과 열정으로 학생들은 즉흥적인 앵콜봉사를 자원해 세 차례 진행됐다. 이후 캠프는 교육부(당시 교육과학기술부)와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으로 8회까지 연장 지속될 수 있었다.


20대 젊은이들이 타인을 향한 순수하고 헌신적인 자신의 열정을 체험한다는 것이 기획자 교수로서 내게는 큰 보람이었다. 각자 전공에 몰두해 한 캠퍼스 안에서도 어울릴 기회가 없었던 터였다. 이들이 만나 서로의 분야가 융합되는 수업을 옥신각신하며 짜고,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퉁명스럽고 거칠게 다가오는 꼬마 동생들과 그것을 실현해 가는 감동적인 과정은 전문예술가가 되겠다는 젊은이들에게 미래의 청중과 관객을 배우는 소중한 기회였다.

캠프가 크게 성공하자 비결을 매뉴얼화해 보라는 권유를 여기저기서 받았다. 영상과 문자로 내용을 남겼지만 같은 교과서로도 흥미로운 수업과 지루한 수업이 있듯이 기록과 매뉴얼로 예술교육의 성패가 좌우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그보다 내게는 학생들과 공유하고자 한 세 가지의 태도가 더 중요했다. 내가 배운 대로 가르치려 말고 내 전공의 재미를 아이들이 느끼도록 고민하자, 아이들이 황당한 제안을 하더라도 가급적 받아들이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도록 기다려주자, 그리고 아이의 관심과 생활환경에 대해 배려하는 눈높이 수업을 진행하자는 것이었다.

흥미를 이끌어 버섯나라를 만들고 구름 위를 걷는 움직임수업을 하겠다는 디자인·현대무용 전공 두 학생이 수업에 들어갔다. 초4 남자아이들은 난리가 났다. "싫어요, 닌자나라요!" "유령의 집이요!" 그래서 우리는 목매단 시체가 있는 유령의 집을 만들고 닌자처럼 숲을 달리고 스파이처럼 기어가는 무용수업을 했다. 멋지게 조명이 만들어지고 10년 넘게 춤을 춰온 선생님의 움직임에 아이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하게 몸을 관찰하고 골판지를 오리면서 캠프의 열기는 깊어갔다. 내게도 그때, 캠프는 큰 기쁨이자 배움의 현장이었다. 예술교육의 가치와 방법, 다수와 함께하는 지혜에 대해 많은 것을 깨닫게 한 소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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