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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우리 경제는 천국과 지옥을 오가며 롤러코스터를 탔다. 미국 금리 인상을 앞두고 초여름부터 불거진 '9월 위기설'은 중국의 경기 부진 소식과 맞물려 경제심리를 옥죄기에 충분했다. 9월 중순 들려온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국가신용등급 상향 소식은 비관론에 빠져 있던 우리 경제에 자신감을 불어넣어준 한 줄기 빛이었다.
우리 경제가 올해 경기의 분수령으로 불리는 3·4분기를 무사히 넘겼다. 대내외 환경 악화로 수출은 여전히 부진하지만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개별소비세 인하 등 경기부양 효과에 내수가 완연한 회복세로 돌아선 모습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3·4분기에 1%대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만일 예상대로 된다면 2014년 1·4분기 이후 6분기 만에 마의 1% 벽을 넘는 셈이다. 하지만 수출이 뒷받침되지 않은 내수만의 반쪽 성장으로는 4·4분기에 다시 성장률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1일 발표된 8월 산업생산과 9월 수출의 엇갈린 지표는 이 같은 우리 경제의 고민을 그대로 보여준다. 산업생산은 전달 대비 0.5% 증가해 3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광공업(0.4%), 서비스업(0.4%), 건설업(3.9%) 등이 오름세를 이끌었고 특히 소매판매가 2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내수회복의 청신호를 켰다. 정부 사전조사에 따르면 소매판매는 9월에도 견조한 흐름을 이어간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는 10월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등 내수 올인 정책으로 4·4분기 성장률까지 최대한 끌어올려 올해 3%대 성장의 토대를 마련한다는 복안을 가졌다.
하지만 9개월 연속 감소한 수출은 정부의 이 같은 전망을 어둡게 한다. 6년 만에 최악의 상황(-14.9%)을 기록했던 전달보다는 소폭 개선됐지만 수입이 올 들어 가장 큰 폭(-21.8%)으로 줄어드는 등 경기 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순수출의 성장률 기여도가 지난해 3·4분기 이후 4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데다 수입마저 큰 폭으로 줄어들면서 내수침체형 불황형 흑자에 대한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수출이 좋지 않으면 현재 우리 경제구조에서는 내수를 아무리 키워도 '내수→생산→고용→소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기 어렵다.
수출 위주의 성장모델에 한계가 있는 점은 분명하지만 주력기업의 대부분이 수출기업인 현실에서 내수의 외끌이 부양만으로는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정보기술(IT)과 제조업 등에서 고르게 수출이 늘어야 기업의 설비투자와 생산, 고용과 소비도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내부에서도 수출 부진에 발목이 잡혀 결국 올해 3%대 성장은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실장은 "내수가 회복되고 있는데다 재정효과와 기저효과 등으로 3·4분기에 1%대 성장률을 달성할 가능성은 높은 편"이라며 "하지만 수출이 워낙 좋지 않기 때문에 4·4분기에는 다시 0.7~0.8%로 떨어지고 결국 연 2.5% 성장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세종=김정곤기자 이연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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