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광풍 제주 부동산시장 가보니] 제주 아파트 실거래가 1년새 3억↑… 자고나면 "안판다" 번복 속출

중국인 투자 주춤하자 육지인 밀물… '맹지'까지 귀한 대접

서귀포 성산읍
제주시 노형동 일대 전경. 최근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가 제2공항 입지로 발표되면서 제주 부동산 시장이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사진=권경원기자


"제주도 땅이요? 아무 곳이나 사놓으세요. 무조건 오릅니다."

투자 컨설팅을 받고 싶다며 제주도에서 가장 오를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묻는 기자에게 현지 중개업자는 동서남북 어느 지역이든 상관없다는 답을 내놓았다. 낙후지역으로 꼽히던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조차 제2공항 입지로 발표 난 후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관광객과 이주민 증가, 각종 개발의 훈풍을 타고 맹지(도로와 연결되지 않는 토지)까지도 귀한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 현재 제주 부동산 시장의 모습이다.



◇신공항 수혜 성산읍 3.3㎡당 1,000만원 전망도 나와=최근 기자가 찾은 제주에서는 토지·아파트 투자를 위해 서울 등 외지인들이 전화·방문상담을 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가장 주목받는 지역은 성산읍을 포함한 제2공항 인근지역이다. 서귀포시에서 토지 매매를 중개하는 한 업자는 "발표가 나자마자 토지주들이 순식간에 매물을 거둬들였다"며 "낙후지역이라 과거에는 매매가가 굉장히 낮았지만 지금은 3.3㎡당 70만~80만원이 훨씬 넘더라도 거래만 할 수 있다면 다행이라고 여겨지고 있다"고 말했다.

공급은 계속 줄어드는 반면 수요는 넘쳐 흐르는 탓에 거래가 성사되는 문턱에서 어그러지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서귀포의 H공인 관계자는 "투자자를 데리고 성산읍까지 가서 매매가격을 합의해봤자 다음날 곧바로 안 팔겠다는 연락을 받은 일이 며칠 사이 벌써 여섯 번 넘게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에서는 성산읍 땅값이 3.3㎡당 1,000만원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제주시의 L공인 관계자는 "아무리 올랐다고 해봤자 3.3㎡당 100만원도 안 되는데 벌써부터 비싸다고 하면 안 된다"며 "개발이 본격화되고 몇 년 더 흐르면 3.3㎡당 1,000만원 이상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도에서 성산읍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은 데 이어 표선면·구좌읍 일대까지 범위를 넓히는 것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미 시장에서는 증여·위장전입 등 편법거래 방법이 공유되는 상황이다.

한 부동산투자 컨설팅 업자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것을 걱정하는 투자자들이 많은데 정부에서 지정해놓은 대로 따르기만 하면 돈을 전혀 못 번다고 조언한다"며 "일단 매매금액을 다 내고 권리설정한 뒤에 제주로 주소를 옮겨 나중에 소유권 이전을 하는 방법이 있다"고 밝혔다.



◇5,000억원 토지보상비로 또 한 번 들썩이나=이 가운데 제2공항의 토지보상비로 5,000억원이 풀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제주 부동산 시장의 투자 열기가 더욱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체 공항사업비 4조1,000억원 중 토지보상비는 5,000억원으로 3.3㎡당 평균 30만원대 수준이다. 토지주의 상당수가 다시 제주 부동산에 투자하는 수요로 이어져 전반적인 가격 상승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토지 시장이 들썩거리면서 주택값은 매매가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지난달 말 12억원에 매물이 나와 논란이 됐던 제주시 노형동 노형 2차 아이파크 전용 139㎡의 경우 매도호가가 13억원까지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가뿐 아니라 실거래가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국토부의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제주 노형동의 '미리내마을 중흥S클래스' 전용 149.84㎡의 경우 지난해 11월(3층) 4억5,500만원이었지만 약 1년 만인 올 10월(4층) 7억4,500만원에 거래됐다. 1년 만에 3억원가량 뛴 셈이다. '노형e편한세상' 전용 125.66㎡도 지난해 8월(4층) 4억5,800만원에서 올해 7월(5층) 6억9,500만원으로 올랐다.



◇제주 붐 이끈 중국 투자는 막상 줄어들어=눈길을 끄는 것은 제주 부동산투자 붐을 조성했던 중국 투자는 막상 한풀 꺾였다는 점이다. 중국 투자로 천정부지로 치솟은 제주 부동산에 뒤늦게 서울 등 국내 외지인 투자자들이 들어오고 있는 셈이다.

제주특별자치도청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9월 말까지 부동산투자이민제 실적은 61건(689억1,1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3년 667건(4,531억5,400만원), 지난해 508건(3,472억7,900만원)에 비해 대폭 줄어든 수치다. 올해 3·4분기 중국인이 사들인 제주 숙박시설도 81건(1만2,529㎡)으로 △1·4분기 195건(2만2,800㎡) △2·4분기 82건(1만385㎡)에 이어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개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에 워낙 많은 중국인 투자가 제주에 집중되면서 땅값이 많이 올랐는데 막상 중국 투자 수요는 올해 봄부터 제주를 빠져나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제주=권경원기자 naher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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