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12일 개성공단에서 열린 제1차 남북 당국회담이 의제 조율에 실패해 결렬됐다. 양측은 다음 회담 일정도 잡지 못하고 헤어져 당분간 대화 모멘텀을 이어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측 수석대표인 황부기 통일부 차관은 12일 저녁 회담을 마친 후 언론 브리핑에서 "남북관계 개선 위한 현안 문제를 협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북측이 금강산관광 재개 우선 합의를 요구하면서 이산가족 문제와 연계해 동시 추진, 동시 이행을 주장한 반면, 우리 측은 두 사안을 연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보이며 접점을 찾지 못한 것이다.
남측은 회담 과정에서 설을 계기로 한 이산가족 상봉 행사도 제안했으나 북측은 내년 3~4월께 금강산관광을 재개하면 이산가족 상봉도 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여 역시 무산됐다.
북한 핵 문제를 놓고도 양측은 극명한 견해차를 보이며 대립했다. 우리 측은 첫날 기조발언을 통해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서는 핵 문제가 걸림돌이 되기 때문에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하지만 북측은 "핵 문제나 인권 문제 언급은 대화 분위기 조성 차원에서 남측이 신중했으면 좋겠다"면서 논의 자체를 거부했다.
남북은 이틀간 다섯 차례의 수석대표 접촉을 하며 접점 찾기에 나섰지만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다. 북측은 마지막 수석대표 5차 접촉에서 "남측이 금강산관광 재개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것 같다"면서 "더 이상 회담을 할 필요가 없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남측은 차기 회담과 관련해 오는 14일 당국회담을 지속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달했지만 북측은 호응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8·25합의 후속조치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첫 남북 당국회담에서 이산가족과 금강산관광이라는 양대 벽을 넘지 못함에 따라 당분간 남북관계는 공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여기에 북한 인권 및 핵미사일 개발 문제와 관련한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강화 움직임, 중국에서의 공연을 앞둔 모란봉악단의 돌연 귀국 등에 따른 북중 관계 악화 가능성 등도 남북대화 분위기 조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