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홍우의 군사.무기 이야기]

공군의 새로운 딜레마, KF-16 개량 확정됐지만…

정비창 입고 기간중 전력 감소, 뭘로 대신하나


공군이 딜레마에 빠졌다. 안개 속을 헤매던 KF-16 전투기 개량 사업이 확정돼 안도의 숨을 쉬기도 잠시. 보유 기체를 나눠서 순차적으로 개량하더라도 정비창에 입고(立庫)하는 기간 동안은 전력 약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가능한 빨리 개량을 마치려면 한꺼번에 많은 전투기가 공장에 들어가야 하고, 전력 공백을 최소화하자니 사업 자체가 늘어질 수 있다. 실로 이러기도 저러기도 어려운 처지다.


KF-16 개량 사업은 공군이 보유한 134대의 전투기의 레이더와 항전장비 등을 일신하는 사업. 예산도 2조원 이상 투입돼 신무기 도입이 아닌 개량 사업으로는 창군 이래 최대규모다. 많이 돈이 들어가는 만큼 개량이 끝나면 한국공군의 KF-16는 지금보다 훨씬 강력한 두뇌와 눈을 갖게 된다. 기계식 레이더를 뜯어낸 자리에 새로운 AESA(능동위상배열) 레이더를 장착하게 될 KF-16는 탐지와 판단에 관해서는 현 시점 기준으로는 동북아 최강의 전투기가 될 수 있다. 애초 체계통합업체로 선정된 BAE시스템즈가 낙찰 이후에 무리한 사업비 증액을 요구하는 통에 록히드 마틴으로 바뀌는 곡절을 겪는 와중에서도 협상팀은 조종사의 헬멧과 목표물, 미사일 등을 자동으로 연계시키는 기술 등도 추가로 확보하는 개가를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사업 기간 동안 전력 공백. 전투기를 완전 분해해 손보는 데 소요될 시간 동안은 출동 가능 전투기가 크게 줄어드는 탓이다. 운수업체로 치자면 정비공장에 차를 장기간 입고해 손님을 못 받는 격이다. 그렇다면 개량에 소요되는 시간이 관건인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BAE 시스템즈가 개량하기로 하고 미국에 보내진 뒤 계약 파기 과정을 겪으며 지금은 미 공군이 관리 중인 KF-16 전투기 두 대를 록히드 마틴이 내년 1월부터 개량 작업에 들어간다고 해도 인도 시점은 2018년 초. 초도 물량이어서 후속 물량에 비해 시간이 몇 배 걸린다는 점을 감안해도 전체적으로 7~9년의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방위사업청은 연간 개량 가능 물량을 최대 30~50대로 잡고 있다. 록히드 마틴이 초도 개량 작업을 통해 개량 절차와 순서 등에 관한 작업 메뉴얼을 확정하고 국내 공군기지 정비창의 군기술 인력이 밤낮없이 달라붙어 개량 작업을 진행한다는 전제 조건에서다.

공군의 고민이 바로 여기에 있다. 한꺼번에 30~50대씩이 아니라 그 절반 물량이 정비창에 입고할 경우 전투기 부족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 더욱이 KF-16 기종은 성능으로나 보유 대수로나 한국 공군의 전투기 가운데 핵심 세력인만큼 공백이 클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전력 공백을 의식해 개량 작업의 속도를 늦추면 사업 자체가 무한정 길어질 수 있다. 방사청은 일단 사업 완료 시점을 2023년으로 잡고 있으나 상황에 따라 가변적일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공군의 한 전투조종사는 “KF-16이 개량 물량으로 잡혀 있을 경우 전력 지수 하강이 불가피할 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손실도 발생할 수 있다”고 귀뜀했다. 정비창에 입고된 KF-16 전투기가 수행해야 할 업무를 맡게 될 다른 KF-16이나 타 기종의 피로도가 누적되고 사고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얘기다.

공군은 내심 사업 기간만이라도 해외에서 전투기를 임대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으나 예산 문제에 걸려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선임 연구위원은 두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국산 FA-50을 F-50전투기형으로 개발해 생산하는 방안과 미국으로부터 F-16급 전투기를 리스하자는 것. 후자가 더 효율적이라는 양 위원은 “경기 침체로 각국이 긴축 재정에 들어가고 구 소련제 전투기를 서방제로 바꾸려는 동구권의 전투기 리스 수요가 많아졌기 때문에 리스 가능 전투기가 줄어들고 있다”며 “하루빨리 리스를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위원은 “개발 일정이 빡빡한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이 지연되는 경우에 대비해서라도 4~5년간 전투기를 임대하는 방안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hong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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