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경영권 분쟁 또 다시 진실공방으로

신동주 "부회장 해임과정서 모함 있었다"

신동주 전 부회장
신동빈 회장

신동빈 중국 롯데쇼핑 손실 놓고 경영능력 설전도

서로 "유리하다"… 종업원지주회 지지 시각도 엇갈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지난 21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경영권 분쟁의 전말을 토로하면서 롯데 형제 간 경영권 다툼은 또다시 진실공방으로 이어지고 있다.

서로의 경영능력을 평가절하하는 한편 의혹 제기와 이에 따른 반박을 연거푸 내놓는 등 치열한 신경전을 펴는 모습이다.

논쟁거리는 신동주 전 부회장의 해임과정, 경영능력, 후계자 결정, 종업원지주회 지지 등으로 사안마다 부딪히고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 해임 과정

신동주 전 부회장이 본지 인터뷰 등에서 자신의 해임에 대한 부당함을 거듭 주장하자 일본 롯데홀딩스 측은 22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이사회 승인 없이 정보기술(IT) 업체에 투자했다가 10억엔(약 95억원)에 이르는 손해를 보고 해임됐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하지만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인터뷰에서 자신의 해임 배경에 대해 '작은 실수'라고 표현했다. '작은 실수'를 신동빈 롯데 회장이 부풀려서 아버지(신격호 총괄회장)에게 보고해 자신이 물러나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은 "해당 시스템 개발에 대해 신격호 총괄회장 및 이사회로부터 처음 400만달러, 그 후 총 870만달러까지 승인을 받은 증거가 있다"며 "30만달러가 추가 소요된 부분에 대해서는 이사회 승인을 받지 못해 사재 출연을 하겠다는 의사를 홀딩스 측에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 신동빈 회장 측이 악의적으로 부풀린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 측은 "사실 부풀리기는 없었다"며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일본 롯데에서 해임된 것은 심각한 경영상의 과오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단호한 입장을 전했다.



◇형은 일본, 동생은 한국?




롯데그룹은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인터뷰에서 "형은 일본, 동생은 한국을 경영하던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진실을 숨기고 국민을 호도하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롯데호텔 상장을 막아 롯데의 일본 지분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과거 회귀를 의미한다는 것.

또 롯데그룹은 "자신의 잘못에 대한 평가와 책임 없이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는 것은 지금도 기업을 총수 일가의 사유재산으로 생각하는 구시대적 발상으로 용인될 수 없다"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인터뷰에서 사실상 신격호 총괄회장이 자신을 후계자로 지목했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위임장·지시서 등을 내세워 경영권 복귀를 꾀하고 있지만 신 전 부회장이 주장하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진의도 의심스럽다"고 강조했다.



◇경영능력은 내가 한 수 위



서로의 경영능력을 비방하는 설전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과거와 달리 오히려 신동빈 회장의 경영능력을 공격하고 나섰다. 롯데쇼핑이 중국에서 대규모 손실을 본 것은 물론 아직 밝혀지지 않은 비리가 있다는 주장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은 신동빈 회장의 부실을 파악하겠다며 롯데쇼핑의 회계장부 등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을 한 상태다.

하지만 롯데그룹 측은 "추측만으로 흠집 내기를 이어가는 것은 심각한 명예훼손"이라며 비난수위를 높이고 있다. 롯데쇼핑이 중국에서 낸 손실에 대해서는 유통업체가 해외에 진출할 경우 통상 발생하는 것이라며 신 전 부회장 측이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통상 어느 업체든 7년은 손해를 보면서 투자해야 해외시장 진출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게 업계에 알려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롯데쇼핑 회계장부 열람과 관련해서도 "롯데쇼핑의 손실은 회계상 장부에 다 반영돼 있다"며 "근거 없이 동생을 비방하려는 의도"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종업원지주회는 누구 편?



경영권 확보의 중요한 열쇠 역할을 하는 종업원지주회를 바라보는 시각에도 의견이 엇갈린다.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은 "아버지가 저를 지지한다는 동영상이 일본까지 퍼져 상황이 반전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롯데그룹 측은 "신 전 부회장이 이사회는 물론이고 종업원지주회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것은 오랜 기간의 경영과실이 밑바탕에 있는 것"이라며 "종업원지주회는 일본 롯데홀딩스의 2015년 1월 이후 개최된 3회의 주주총회에서 모두 현 경영진과 신동빈 회장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있다"고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밝혔다.



◇동생이 타협 거절했나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인터뷰에서 여러 차례 타협하려 했지만 신동빈 회장이 매몰차게 거절했다고 얘기했다. 반면 롯데그룹 측은 "신동빈 회장은 이미 여러 차례 가족 문제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화해할 의사가 있음을 밝혀왔지만 가족 문제와 경영은 분리돼 논의돼야 한다"며 "기업 경영은 임직원과 국가 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일이고 이사회와 주주 등의 결정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라고 전했다. /박재원기자 wonderfu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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