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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경매에서 홍콩시장의 매출이 국내 메이저경매를 앞질렀다.
서울경제가 19일 양대 미술품 경매회사인 서울옥션(대표 이옥경)과 K옥션(대표 이상규)의 올 3분기까지 실적을 분석한 결과 홍콩경매의 낙찰총액이 611억원으로 국내 메이저경매 합산액인 442억원을 훨씬 웃도는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옥션이 2008년 홍콩법인을 설립해 경매를 시작한 이후 홍콩 매출이 국내를 추월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이에 힘입어 서울옥션은 홍콩경매를 연 2회에서 3회로 늘렸고, 지난달까지 열린 2번의 홍콩경매 낙찰액이 383억원으로 3번 열린 국내 메이저경매 총액 245억원을 뛰어넘었다. K옥션의 경우 일본·대만 등 해외 경매사와 연합해 진행하던 홍콩경매를 올초부터 연 4회 단독경매로 바꿨고 지난달까지 홍콩에서 228억원 어치를 팔아 국내 메이저경매 총액인 197억원을 웃돌았다.
◇미술도 본격 K아트시대= 'K아트'를 내세운 한국미술은 그간 K팝·K드라마 등 대중문화나 K클래식 등과 비교해 성과가 부진했지만 아시아 미술시장의 중심인 홍콩에서의 선전이 '미술한류'의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진원지는 지난해 해외아트페어에서 시작된 '한국 단색화 열풍'이다. 단색화의 세계적 인기를 계기로 한국미술에 대한 외국인 컬렉터들의 수요가 급증한 것. 실제로 세계 최대 경매회사인 크리스티가 오는 28일 홍콩에서 여는 '아시아현대미술 이브닝세일'에서 김환기·박서보·정상화·윤형근 등 한국작가가 중국,일본,대만 등을 제치고 출품번호 1~6번을 휩쓸었다. '이브닝세일'은 고가의 미술품을 엄선해 따로 여는 경매이며 출품번호가 앞일수록 인기와 주목도가 높다는 뜻이다.
이에 서울옥션은 오는 29일 홍콩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여는 제17회 홍콩경매에 고미술과 근현대미술을 합쳐 추정가 265억원 어치를, K옥션은 하루 앞선 28일 홍콩 르네상스하버뷰호텔에서 근현대 및 해외작품 106억원 어치를 경매에 부친다.
◇김환기 기록 또 경신할까=각 사의 홍콩경매에서 '대장주' 김환기는 필수다. 서울옥션은 김환기의 푸른 점화 '16-Ⅱ-70 #147'을 시작가 18억원에 내놓았다. 김환기의 대표작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와 같은 1970년작으로 세로 2m가 넘는 105호짜리 대작이다. K옥션은 김환기의 1950년대 작품인 '귀로'를 포함해 6점을 선보인다. 추정가 18억~40억원인 '귀로'는 작가의 초기작에서 자주 등장하는 여인과 항아리가 주인공으로 구성미와 조형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단색화'도 단연 강세다. 이우환, 정상화, 박서보, 하종현을 비롯해 윤명로, 권영우, 윤형근, 김기린 등의 작품이 경매에 오른다.
해외 반출됐던 고미술품도 대거 선보인다. 서울옥션은 일본인 한국 고미술 수집가가 위탁한 55점을 통째 내놓았다. 조선시대 경기 광주의 금사리요에서 제작된 높이 42㎝의 초대형 '백자대호', 일명 달항아리는 추정가 18억원에 나왔다.
수출시장인 홍콩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국내에도 영향을 미쳐 내수가 살아나는 선순환의 시너지가 이뤄질 것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귀한 문화자산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특히 고미술의 경우 이번 홍콩 경매가 국내 환수의 계기가 될 수 있게 한국 컬렉터들도 관심을 가져달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조상인기자 ccsi@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