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이 반기문 사무총장의 방북 추진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대변인은 18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반 총장의 방북 관련) 논의가 현재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유엔은 처음 방북설이 제기된 지난 16일부터 방북 추진 사실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애매한 입장을 유지했으나 논란이 확산되자 이 같은 해명에 나섰다. 반 총장의 방북 추진과 관련한 쟁점들을 짚어본다.
① 한국 정부와 사전 협의
유엔 단독 추진에 무게… 연계 가능성 낮아
반 총장의 방북과 관련한 첫 보도 직후 청와대 당국자의 반응은 "처음 듣는 얘기"였다. 유엔과의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것이다.
외교부·통일부 역시 같은 반응이었다. 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유엔 사무총장의 방북은 굉장히 중요한 사안으로 공식적으로 발표할 내용이지 특정 언론에만 알릴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전 협의 여부는 반 총장 방북의 성격, 의미, 국내외 정치적 파장까지 좌우할 수 있는 중대한 문제다. 소위 '대망론'과 연결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알려진 사실을 감안하면 우리 정부와의 사전 협의는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② 성사 될까
"김정은 이미지 구축 도움"… 北 수용 관측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이번 방북이 취소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김정은이 한반도 문제를 북한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과 함께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대외 이미지를 개선하겠다는 나름의 셈법이 있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10월 류윈산 중국 공산당 상무위원에 이은 반 총장의 방북이 내년 5월 노동당 대회를 앞두고 김정은의 지도자 이미지 구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방북 일정에 대한 연합뉴스 및 중국 신화통신의 보도와 유엔의 대응 과정은 북한과 유엔 간 협의가 순탄치 않음을 보여준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5월 북한이 반 총장의 개성공단 방문을 하루 전날 취소한 사례도 있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번 개성공단 방문 건에서도 반 총장은 수모를 당했다"며 "이번에도 반 총장이 스타일을 구기고 있다"고 밝혔다.
③ 성과는
"北 국제사회 일원으로 데뷔 시키면 업적"
"만나는 것 자체가 성과"라는 평가와 "실질적인 성과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엇갈린다. 나경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방북 추진이 나쁠 것은 없다"며 "유엔 수장으로서 북한이 국제사회의 질서를 존중하면서 정상국가로 나오는 데 있어 충분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 역시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지만 북한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데뷔시키면 그게 업적"이라고 말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반 총장이 북한 핵·인권 문제를 거론할 수 있느냐, 어느 수준에서 언급할지가 문제"라며 "빈손으로 돌아올 수는 없으니 양측 간 조심스러운 접점 찾기가 진행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④ 국내 정치적 의미는
'통일외교 리더' 부상… 대권 도전설 확산
여야 의원들은 방북설과 함께 최근 불거진 '반기문 대통령-친박계 총리 시나리오'를 뒷받침하는 이원집정부제 개헌 가능성에 대해서는 대체로 말을 아끼거나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친박 중진 안홍준 새누리당 의원은 "이원집정부제는 내치와 외치가 명확하게 구분되기 어렵고 대통령과 총리 간 갈등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남북이 분단된 상태에서는 맞지 않다고 본다"고 지적하면서 반 총장의 차기 대권 도전 가능성에 대해서도 "일단 성공한 유엔 사무총장으로 퇴임하도록 하는 게 우선순위"라고 말했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반 총장이 방북 성과를 통해 '통일외교 리더' 이미지를 구축할 경우 대선이 다가올수록 그의 차기 대권 도전설이 확산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반 총장은 그동안 차기 대권 도전설과 관련해 "출마하지 않겠다"며 본인이 명확한 입장을 밝힌 적은 없다.
/박경훈·진동영기자 ji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