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5일부터 총 1,389명을 선발하는 2016학년도 경기권 외국어 고등학교가 원서접수를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외고 입시철에 들어간다. 서울권 외고는 다음달 16일부터 부산권 외고는 다음달 23일부터 원서접수를 진행한다.
올해 외고 입시는 '자기소개서'와 '면접' 두 가지가 전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이 부문의 중요성이 커졌다. 지난해부터 중학교 2학년 성적은 기존에 석차등급(1∼9등급) 대신 A∼E등급 5단계의 성취평가제(절대평가제)를 적용하면서 내신 성적의 변별력이 낮아졌다. 1단계에서는 내신 성적으로 1.5∼2배수를 2단계 면접 대상자로 선발하고 2단계에서는 1단계(160점)와 면접(40점)을 합산해 최종적으로 합격자를 결정하는 만큼 면접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면접의 중요성이 절대적으로 커진 상황에서 면접의 바탕 자료가 되는 자기소개서를 어떻게 작성할지를 두고 고민이 커지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백화점식으로 자신의 장점이나 경험에 대해서 이것저것 쓰는 것보다 한 사건의 과정과 결과, 느낀 점 등을 하나의 주제로 풀어내는 능력이 더욱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먼저 자기주도 학습영역에 대해 서술할 때에서는 '목표설정-계획수립-실천과정-결과평가' 등의 형식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이뤄가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과 대응, 결과적으로 느낀 점을 한 편의 이야기처럼 설명하는 게 중요하다.
명덕외고에 재학 중인 안모(17)군의 사례는 참고할 만해 소개한다.
'기자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나서 사회학과 심리학에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사회의 현상을 다양한 각도로 바라보고 깊이 있게 이해하는 시각을 키우기 위해 우선 신문 스크랩을 통해 인권·여성 등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 다양한 시각을 정리했고 이를 바탕으로 사회현상에 대해 공부하는 소모임도 조직했는데 깊이가 부족해 지식을 공유할 게 많지 않았습니다.
입학한 후에는 신문활용수업(NIE)을 통해 기자로서 필요한 사고력과 글쓰기 능력을 키우고 방송부에 들어가 프로그램 기획과 기사 작성 경험을 하고 싶습니다.'
NIE가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명덕외고의 특징을 찾아내 관련 분야 공부를 하고 싶다는 점을 강조한 안 군처럼 지원 학교만의 특색 있는 프로그램을 찾아내 어떻게 활용하고 싶다는 계획을 제시할 경우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또 자기주도 학습과정을 통해 얻은 결과를 다른 과목이나 실생활에 접목하려 했던 노력을 보여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특히 외고 입시에서는 영어 내신성적만 반영되기 때문에 면접관들은 응시학생이 다른 과목에서도 성취도가 높은지 궁금해한다. 따라서 수학·사회과목 등에서의 배움과 이를 실생활에 접목한 점을 나타내는 것도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이를테면 신문 등에서 접한 각종 통계에 중학교 때 배운 경우의 수 개념을 접목시켜 실생활에서 재미있는 통계실험을 해본 사례 등을 소개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다. '경우의 수로 통계의 비밀과 함정을 연구하다'라는 식의 주제가 그런 사례다.
인성영역에 대해 서술할 때에는 봉사활동에만 얽매일 필요는 없다. 자신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는 배려·협력·존중 등의 요소를 중학교 재학 기간의 사건 하나를 중심으로 느낀 점, 자신에게 미친 영향 등에 대해 솔직하게 쓰면 된다. 자신에게 의미 있게 다가왔던 일이나 아주 작더라도 다른 사람과 다른 생각을 갖게 된 사건을 '디테일'하게 소개하면 된다. 그 경험이 꼭 꽃동네 봉사활동이나 약자를 도운 일로 얻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를테면 '편견이 없다'는 것을 강점으로 생각하는 지원자라면 남을 재단하지 않기 위해서 노력한 점, 평소에 다른 사람을 평가하는 데 익숙한 친구들에게 편견이 위험하다는 점을 설득한 경험도 자신의 핵심인성요소로 소개할 수 있다.
분명히 명심해야 할 것은 자기소개서에서는 자신만의 문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자신의 평소 원칙과 생각을 담지 않고 멋져 보이는 말, 위인이나 전문가의 말만 인용해서는 면접에서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 어렵다. 또 여러 항목을 분량 제한 없이 통으로 써야 하는 자소서의 경우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사항이 없다면 자기주도학습(700자), 지원동기 및 진로계획(400자), 인성영역(400자) 정도로 서술하는 게 무난하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정혜진기자 madei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