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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더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약속드렸는데 올해 너무 많은 것을 이뤘잖아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진출하는 내년에 과연 여기서 더 성장할 수 있을지 살짝 걱정되기도 해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3년 차 전인지(21·하이트진로)는 '이보다 더 화려한 시즌을 다시 맞을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자신도 놀란 한 시즌을 보냈다. 그는 올 시즌 5승을 쓸어담으며 상금왕부터 대상(MVP), 평균타수 1위, 다승왕까지 4관왕에 올랐다. 해외에서는 미국과 일본에서 메이저대회 우승으로만 3승을 쌓아 한미일 메이저 한 시즌 석권이라는 신기록도 썼다.
전인지로 정리되는 한 시즌이었지만 쟁쟁한 경쟁자들의 등장과 중견들의 분전은 29개 대회 총 상금 184억원의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진 KLPGA 투어를 더욱 풍성하게 했다. 장타왕(254야드)과 상금 2위에 오르며 새로운 스타로 떠오른 박성현(22·넵스)은 지난 시즌만 해도 출전 대회 가운데 거의 절반은 컷오프된 미완의 대기였다. 김혜윤(26·비씨카드)은 지난 1일 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에서 신기의 쇼트게임을 앞세워 4년 만에 통산 5승째를 안았다.
◇뭘 해도 되는 시즌, 연습 없이 나가도 우승=6월이 되기도 전에 이미 2승을 올리고 일본 메이저 우승까지 해버린 전인지는 부쩍 바빠졌다. 주초 연습을 거르고 대회에 출전하는 일이 많아졌다. 그래도 우승이 터졌다. 6월 S-OIL 챔피언스 대회에서였다. 월·화요일 연습을 못 하고 나갔는데 대회 2연패를 했다.
전인지는 인터넷 팬클럽 회원만 5,000명이 훌쩍 넘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실력만큼 주변을 생각하는 마음씨도 곱다"고 회원들은 자랑한다. 전인지는 사고로 다리를 잃은 골프장 관계자가 있다는 얘기에 자필편지로 응원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꾸준한 기부는 이미 잘 알려져 있고 같은 조 동료의 플레이를 위해 자신에 대한 응원에 자제를 요청하기도 한다. 전인지 아버지 전종진씨는 "교육에 의한 것은 아니다. 부모가 봐도 배려심이 깊다는 생각은 든다"고 말했다. 어머니 김은희씨에게는 고집 센 딸이다. 김씨는 "발목이 아픈 채로 US 여자오픈(우승) 갔다 온 뒤 주변에서 쉬어야 한다고 그렇게 얘기했는데도 듣지 않고 대회에 나가더라. 고집은 아무도 못 말린다"고 돌아봤다.
전인지는 최근에는 고질적인 어깨 통증이 도졌다. 바쁜 일정 속에 관리할 시간이 부족한 탓이었다. 전인지는 "내년에는 컨디션 관리를 최우선으로 하겠다. 스트레칭을 게을리하지 않고 물리치료와 마사지도 거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올 시즌을 돌아보며 "샷이 안 돼도 스코어 관리하는 능력이 좋아졌다"고 정리한 전인지는 "내년 목표는 올림픽 출전과 LPGA 투어 상금랭킹 톱10이지만 최종 목표까지는 이제 한두 발 내디뎠을 뿐"이라고 했다. 그는 "얘기해줄 수 없지만 힌트 하나만 말하자면 골프만 잘한다고 이룰 수 있는 목표도 아니다. 그때까지 지켜봐달라"고 했다. 전인지는 12월 중순부터 미국 팜스프링스와 올랜도로 이어지는 전지훈련에 들어간다.
◇네 홀서 칩인 버디만 3개, 기적의 라운드=김혜윤은 1일 서울경제 대회 마지막 3라운드 첫 4개 홀에서 3타를 줄였다. 그것도 모두 칩인 버디였다. 이날 버디만 8개를 잡아 5타 차 대역전 우승을 완성했다. 김혜윤은 "다시 없을 생애 최고의 라운드"라고 돌아봤다. 올 시즌 1980년대생 우승은 김보경(29·요진건설), 이정은(27·교촌F&B)에 이어 김혜윤까지 3명뿐이다. 우승자 17명의 평균나이는 22.9세. 25세만 돼도 '노장' 소리를 듣는 분위기라 김혜윤 등의 우승은 더 의미가 있었다. 안신애(25·해운대비치골프리조트)와 조윤지(24·하이원리조트)는 5년 만에, 이정은은 김혜윤처럼 4년 만에 우승 가뭄을 해갈하는 감격을 누렸다. KLPGA 투어는 12월11~13일 현대차 중국여자오픈으로 2016시즌을 시작한다. /양준호기자 miguel@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