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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지만 교육부의 입장은 확고하다. 지금의 검정체제에서 발행된 역사교과서는 너무 좌편향돼 청소년의 역사인식을 왜곡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근거로 내세우는 부분은 주로 북한에 대한 서술이다. 김재춘 교육부 차관은 지난 12일 '역사교과서 발행체제 개선방안' 브리핑에서 "현재 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가장 많이 채택한 한국사 교과서를 살펴보면 '독재'라는 표현이 북한에서는 단 2번 나오는 데 비해 남한에선 무려 24번이나 서술돼 있다"며 "과연 국민정서상 수용 가능하겠냐"고 말했다.
실제 교육부와 현재 소송 중인 민간 출판사의 한국사 관련 서술 내용을 보면 편향성을 확연하게 살펴볼 수 있다. 검정 한국사 교과서가 '좌편향'됐다는 지적에 따라 교육부는 2013년 41건에 대해 수정 명령을 내린 바 있다. 일부는 수정이 됐지만 일부는 집필진의 반발로 무산됐다. 집필진은 수정 명령이 위법하다며 소송을 내 1·2심에서 모두 패소했고 현재 상고장을 제출한 상황이다. 교육부가 수정 명령을 내린 교과서를 살펴보면 우선 미래엔 교과서에는 6·25 전쟁과 관련, '전쟁 중 북한군은 물론 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이 발생하였다. 그 진실이 밝혀진 대표적인 예로 거창 양민 학살사건이 있다'고 기술했다. 이 교과서는 6·25전쟁 당시 북한군과 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이 발생했다고 언급한 뒤 주요 사례로는 거창 양민 학살사건만 언급했다. 교육부는 이에 대해 집필진에 균형 잡힌 서술을 위해 북한의 민간인 학살 사례인 함흥·영광·대전 등에서 자행된 북한의 민간인 학살 사건을 삽입하라고 명령했고 집필진은 이에 반발했다. 하지만 법원은 "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은 확실하지만 북한군의 민간인 학살은 확실하지 않다는 인상을 줄 수 있으므로 해당 내용을 추가하라"고 결정했다.
두산동아에서 발간한 한국사 교과서는 남북 관계와 관련해 '금강산 사업중단, 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사건 등이 일어나 남북관계는 경색되었다'고 언급했다. 교육부는 이에 대해 "주체가 불분명하다"며 '북한에 의해 금강산 사업중단, 천안함 피격사건, 연평도 포격사건 등이 일어나 남북관계는 경색되었다'로 수정하라고 명령했다. 집필진은 이에 반발, "도발 주체가 북한이라는 사실을 밝히는 것이 북한을 척결해야 할 세력으로만 인식하게 할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역사적 진실의 정확한 전달이 중요하다"며 북한을 주어에 명시하라고 결정했다.
북한의 주체사상과 선전 문구를 그대로 인용한 교과서도 있다. 천재교육이 발행한 한국사 교과서는 자료 읽기 코너에 '주체의 강조와 김일성 우상화'라는 내용으로 김일성이 주장하는 주체 사상을 그대로 제시했다. 교육부는 이와 관련, "김일성의 '주체 사상'이 해설 없이 제시돼 있어 학생들이 잘못 이해할 수 있다"며 "주체 사상이 김일성 우상화를 위해 정치적으로 이용됐음을 서술하라"고 명령했다. 집필진은 이에 반발했지만 법원은 교육부의 손을 들어줬다. 그 밖에 일부 교과서에서 6·25 전쟁이 남북한 모두에 책임이 있는 것처럼 서술한 부분과 광복 이후 북한의 토지 무상몰수·무상 분배 방식에 대해 완전하지 못한 설명 등을 보충하라고 명령했다. 북한의 무상분배와 관련 분배된 토지에 대해서는 매매·소작·저당이 금지돼 있었고 집단 농장화가 이뤄졌다는 점을 기입해야 남북한 토지정책의 장·단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교육부의 입장이다. /강동효기자 kdhy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