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Watch] 타임커머스 앱 인기몰이

여행 떠나는 날 '떨이 숙박' 잡고… 명동·강남 주차장까지 '바로 찜'


'땡처리 숙박' 앱 실시간 빈방 검색… 지역·할인율 등 고려 맞춤형 선택

서울 주차장 정보 앱 '파크히어' 골목길 돌아다니는 불편함 해결

'타임티켓' 통해 공연 반값 관람도

가격 싸고 서비스질 떨어지지 않아 연말연시 이용객 갈수록 늘어나


타임커머스는 생활의 지혜로 자리 잡은 소셜커머스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지금 당장 이용할 수 있는 주차장이나 호텔·뷰티숍·공연티켓·항공권 등 다양한 정보를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어디에 주차할지, 어떤 공연을 볼지, 어디서 묵을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만큼 요즘처럼 모임이 많은 연말에 더욱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크리스마스와 각종 송년회가 잡힌 12월에는 레스토랑이나 호텔 예약이 찬 곳이 많아 특히 실시간 서비스인 타임커머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급증한다"며 "예약하지 않고도 저렴한 가격으로 당일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보니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의 '결정체'로 불릴 정도"라고 말했다. 정보통신기술(ICT)이 소비자의 삶과 깊이 밀착되면서 기존의 생활 풍속도가 급속하게 바뀌고 있다.



'정보는 풀수록 돈이 모인다'

판매자가 정보의 비대칭성을 이용해 돈을 버는 시대는 지났다. 타임커머스 시대에는 판매자가 상품 정보를 구체적으로 알릴수록 돈을 번다. 소비자는 인터넷과 모바일플랫폼에 등록된 상품을 보고 선택하기 때문에 자세한 상품소개는 필수다. 소비자의 정보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레몬마켓'이 줄고 반대 개념인 '피치마켓'이 떠오르고 있다. 시큼한 레몬이 아닌 달콤한 복숭아라는 의미다. 정보가 공유되면서 판매자는 더 많은 수익을, 소비자는 더 큰 만족을 누리게 됐다.


대기업 영업사원인 서민수(33)씨는 주차장 타임커머스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파크히어(Park Here)' 앱을 알고 난 후 주차가 한결 수월해졌다. 파킹스퀘어에서 개발한 모바일 앱 파크히어는 서울 시내의 비어 있는 주차장 정보를 한눈에 보여준다. 서씨는 "인구가 많은 서울 시내에서는 주차할 곳을 찾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골목에 대곤 했는데 앱으로 바로 예약해 이용하니 편하다"며 "경사면이라든가 주차장 입구의 높이와 주차장 면적의 수치까지 자세하게 나와 원하는 환경을 선택할 수 있는 것에도 만족한다"고 말했다. 연말을 맞아 송년모임을 준비하는 김선아(42)씨도 타임커머스 앱 애용자다. 모임의 총무를 맡은 김씨는 "모임장소를 예약할 때 근처 주차장 유무를 일일이 파악했어야 했는데 요즘에는 파크히어로 근처 주차장 정보를 검색해 카카오톡이나 문자로 보내기만 하면 된다"며 "가격도 8시간 기준으로 평균 9,000원 정도로 비싸지 않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파킹스퀘어 관계자는 "명동에만 8곳, 강남역부터 논현역 부근 13곳의 주차장 정보를 제공해 연말연시 모임이 많은 요즘 이용객이 증가했다"며 "근처 주차장 중 만차인 곳은 회색 말풍선이 뜨고 이용 가능한 곳은 노란색으로 표시돼 주차하려다 돌아 나오는 고객들의 수고를 줄였다"고 설명했다.



'늦게 일어나도 벌레를 잡는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말도 옛말이 됐다. 여행하며 투숙할 장소를 당일에 결정할 수 있는 '땡처리 숙박'이나 기념일이나 주말에도 호텔을 검색해 이용할 수 있는 '데일리호텔' 앱 등이 인기다. 김경환(31)씨는 지난해 이맘때 아찔한 일을 경험했다. 여자친구와 호텔에서 특별한 크리스마스 연휴를 보내기로 약속했지만 12월 초부터 이미 웬만한 호텔 예약은 끝난 상태였다. 어떻게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우연히 친구로부터 숙박 타임커머스 앱에 대해 듣게 됐다. 당일 예약이 취소되거나 빈 객실이 생기면 앱에 올라온다는 것이었다. 김씨는 크리스마스 이브 당일 앱을 이용해 강남의 한 호텔 객실과 조식 패키지를 15만원에 예약할 수 있었다. 크리스마스 프리미엄도 붙지 않아 사전예약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호텔을 이용한 김씨는 숙박 타임커머스 앱의 팬이 됐다. 데일리호텔 관계자는 "오히려 연말에 예약하고도 오지 않거나 예약이 취소돼 비는 객실이 많이 생긴다"며 "연말에는 저녁이 되면 앱에 올라온 객실이 솔드아웃될 정도로 이용률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올해 10월부터는 호텔과 함께 예약 가능한 레스토랑 서비스도 시작했다. 데일리호텔은 올해 말에는 당일 예약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크리스마스를 보내기 좋은 호텔과 레스토랑을 모아 이색 기획전을 열 예정이다. '땡처리 숙박'도 예약하지 않고 실시간으로 숙박시설을 선택해 이용할 수 있는 앱이다. 여행 도중에도 여행의 테마나 원하는 분위기, 여행지역, 할인율 정도 등을 고려해 맞춤형으로 선택할 수 있다. 가평·강릉·강촌·강화도·경주·제주·통영 등 국내 인기 여행지역의 빈 객실을 쉽게 볼 수 있어 여행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숙박 타임커머스 앱이 여행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싼 게 비지떡 아니다'

타임커머스를 통해 판매되는 서비스는 가격이 저렴하다는 특징이 있다. 혹시나 싼 가격을 보고 서비스 질이 떨어질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판매자 입장에서는 그냥 두면 버려질 뻔한 상품(서비스)을 처리하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에 팔아도 손해는 아니다. 오전 시간 대중교통 승차요금 할인이나 영화표 할인처럼 수요에 따라 가격이 탄력적으로 변하는 가격차별 원리가 적용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연극·뮤지컬 등 다양한 공연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플랫폼 '타임티켓'에서는 공연티켓을 반값 이하에 살 수 있다. 대학생들이나 취업준비생, 20~30대 직장인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며 빠르게 이용자가 늘고 있다. 취업준비생인 신경현(30)씨는 "오늘이나 내일 예매 가능한 대학로의 유명 연극들은 1만원 이하에 올라오는데 원래 가격은 3만~4만원인 것들"이라며 "아직 취업하지 못해 연극이나 뮤지컬은 사치라고 생각했는데 시작 시간이 임박한 공연을 저렴한 가격에 볼 수 있어 주기적으로 문화생활을 즐기며 힐링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무엇보다 타임커머스 서비스는 빠르고 저렴하면서도 오프라인에서와 같은 품질의 서비스와 상품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귀띔했다. 가격이 싸지만 서비스나 품질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 타임커머스의 인기비결인 셈이다.

이처럼 스마트폰 이용이 일상화되면서 타임커머스 앱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는 있지만 일부에서는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성용준 고려대 소비자광고심리학 교수는 "타임커머스 앱이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편리하고 이득인 서비스지만 순간적으로 내린 구매 결정은 충동적으로 흐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생겨날 경우 소비자가 개별 서비스의 문제로 생각하지 않고 타임커머스 산업 전체의 문제로 간주해 등을 돌릴 수도 있는 만큼 타임커머스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소매자와 소비자 모두의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백주연기자 nice89@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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