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몸은 돌보지 않고 130여명을 탈출시키는 데 최선을 다한 그녀는 의인이었습니다."


지난 10일 오전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 탱크 내부에서 발생한 불로 목숨을 잃은 장모(50)씨의 희생 정신이 뒤늦게 화제가 되고 있다.

20일 화재사고를 조사 중인 경찰에 따르면 사고 현장 화기책임자였던 장씨는 불이 나자 어두컴컴한 탱크 내부를 오가며 호루라기를 불면서 "불이 났다"고 외치고 다녀 많은 생명을 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화재 당시 탱크 내부에서는 무려 130여명의 근로자들이 작업하고 있었다.

이날 화재로 장씨 등 2명이 숨지고 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화기책임자는 탱크 내부에서 화재 원인이 될 만한 물질 등을 미리 제거하고 화재 발생시 호루라기를 불어 근로자들을 대피시키는 역할을 맡고 있다. 탱크 내부에 칸막이가 워낙 많고 비좁아 한쪽에서 불이 나면 다른 쪽에서 이를 쉽게 파악할 수 없는 점을 고려해 회사 측이 만든 직책이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탱크 안에서 작업을 했던 협력업체 직원 A씨는 회사와 경찰에 낸 자인서에서 아주머니의 호루라기 소리와 '불이야'라는 소리를 듣고 재빨리 대피했다고 증언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장씨가 대피를 적극 유도하지 않았더라면 더 많은 근로자가 희생될 수도 있었던 상황"이라며 "장씨는 진정한 의인"이라고 말했다. 숨진 장씨는 대우조선해양의 한 협력업체 화기감시팀 소속 수습사원으로 4개월 교육을 받고 현장에서 일한 지 불과 한 달여 만에 사고를 당해 주변의 안타까움을 더했다. /거제=황상욱기자 soo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