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산책] 中 문화굴기가 두려운 이유

한중FTA로 큰 시장 열렸지만 中 자본유입 등 부작용 우려도

정상철 한국전통문화대 문화재관리학과 교수

혹자는 과거 한국이 '한강의 기적'이라 일컫는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중국이 공산화된 상태에서 자력갱생 노선을 채택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만약 지금처럼 중국이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였다면 한국의 수출주도형 발전전략이 먹히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당시 미국이 제공하는 수출시장의 하늘에 일본이 선두에서 이끌고 홍콩· 싱가포르가 좌우에서 뒤따르고 그 뒤를 한국·대만·말레이시아·태국이 뒤따르는 형태로 함께 고성장을 이뤘다. 이러한 위계적 국제분업 구조는 마치 기러기떼가 비상하는 모습과 흡사하다고 해서 안행형(雁行型) 성장 모델 (flying geese model)이라고 한다. 현재 경제성장을 도모하는 나라들은 과거 미국이 제공했던 수출시장을 중국 시장으로 대체해 생각하고 그 기러기떼의 일원이 되고자 한다. 한국 또한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전략 중 하나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다.

지난 6월 한중 FTA 체결에 관한 정부 간 서명이 이뤄진 후 여야 간의 진통 끝에 지난달 30일 국회 비준동의안이 통과됐다. 한중 FTA가 연내 발효될 예정이지만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는 국민은 많지 않다. 가령 문화관광이 포함된 서비스 분야를 보면 한중합작 형태(지분율 49% 제한)의 공연장경영업 및 공연중개업 설립을 중국이 허용했다. 이 분야는 중국이 다른 나라에는 시장을 개방하지 않고 이번 한중 FTA에서 우리나라에만 부분적으로 개방을 약속한 분야로 특별히 의미가 있다. 또 한국 여행사의 아웃바운드 업무, 즉 중국인 대상 해외여행 업무를 할 수 있는 협력 근거를 마련했다. 중국은 현재 해외 여행사 4곳에 한해 자국민의 아웃바운드 업무를 허용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한중 FTA 발효 이후 2년간 이에 대한 구체적인 협상을 할 수 있도록 협정문에 명시했다. 따라서 추후 협상 결과에 따라 국내 특정 여행사도 중국인 대상 아웃바운드 업무를 볼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한중 FTA 발효 이후 중국 자본의 국내유입 가속화와 고급 인재의 중국 유출에 따른 부정적 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미 온라인게임의 경우 중국 자본이 국내 게임회사를 인수한 경우는 셀 수 없을 정도다. 중국 게임회사는 한국 게임회사와의 인수합병(M&A)을 통해 기술력을 높여 이미 2008년 세계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한국을 제쳤다. 유명 한국 연예인을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시키는 수준이 아니라 최근에는 방송 PD를 적극적으로 스카우트해 그들의 방송 프로그램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별에서 온 그대'의 장태유 PD, '풀 하우스'의 표민수 PD, '꽃보다 남자'의 전기상 PD 등은 일부에 불과하다. 한국 연예인과 PD 등 기술인력들의 중국 진출로 이들의 몸값은 오르겠지만 다른 한편 이들과 대체관계에 있는 같은 분야의 인건비 또한 동반 상승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국내 기업은 이전보다 더 큰 수익을 내야 타산을 맞출 수 있는 만큼 더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중국은 저임금과 외자를 통한 발전전략에서 고임금으로 내수시장을 키워 경제발전을 도모하는 단계로 전환하고 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중국은 문화굴기를 진행하고 있다. 세계 경제를 이끄는 위상에 걸맞은 문화산업 육성을 도모하고 있다. 자본과 기술의 대량투입에 놀라는 것이 아니라 국민소득 증가에 따른 중국 13억 인구의 눈높이가 높아지고 있고 질 좋은 콘텐츠에 대한 요구가 중국 문화굴기에 깔려 있기 때문에 더욱 무섭다. 당장은 중국인의 자국 콘텐츠에 대한 만족도가 아주 낮으므로 한중 FTA를 계기로 한국의 문화융성과 창조경제가 중국 시장까지 더욱 확장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호기가 이어지려면 한류의 지속적인 창조적 파괴과정이 전제돼야 한다.

/정상철 한국전통문화대 문화재관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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