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결정을 앞두고 외국인투자가들의 연이은 매도 공세 속에 52주 신저가까지 추락하는 종목들이 속출하고 있다. 연말과 연초 국내 증시의 상승장을 이끌었던 '산타 랠리'와 '1월 효과'에 대한 기대감도 사라지는 분위기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지수가 장중 1.5% 넘게 급락하면서 유가증권시장에서 최근 1년 내 가장 낮은 가격까지 떨어진 종목은 76개에 달했다. 이날 하루에만 3.54%나 급락한 코스닥시장의 52주 신저가 종목은 무려 90개를 기록했다. 주가가 요동치면서 일명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전 거래일 대비 11.24%(1.73포인트) 오른 17.11까지 치솟았다.
외국인들의 잇따른 매도세로 업종을 대표하는 대형주들도 일제히 신저가 행렬에 동참하면서 지수하락을 이끌었다. 지난 11일 무려 2년 2개월 만에 3만원대가 무너진 SK하이닉스는 이날도 장중 4% 넘게 급락한 2만8,550원까지 떨어지면서 신저가 행진을 이어갔다. 글로벌 정보기술(IT) 수요 둔화와 중국의 반도체 시장 진출 우려 등이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이날 10% 가까이 급락한 1만2,800원까지 곤두박질치며 1만3,000원선마저 무너졌다. 이는 연초 주가에 비해 3분의1 수준이다. 호텔신라는 면세점 사업경쟁 심화에 대한 우려로 장중 7만6,700원까지 떨어지며 신저가를 새로 썼고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업계 대장주와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등 해운업계 대표 주자들도 이날 나란히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또 현대건설과 GS건설, 두산건설 등 건설주들도 저유가로 중동지역의 발주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에 신저가 신세를 면치 못했다.
미국 금리인상의 여파로 연말 산타 랠리가 실종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확산되면서 증권주들도 울상을 짓고 있다. 이날 삼성증권과 현대증권, 미래에셋증권, 유안타증권, 신영증권 모두 일제히 신저가를 찍었다. 이달 들어 지난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52주 신저가를 기록한 종목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27개)에 비해 3배 이상 급증한 97개로 집계됐다.
외국인의 매도 공세로 대형주들의 신저가 행진이 이어지면서 연말 증시의 상승세를 기대하던 분위기도 사라지고 있다. 외국인은 2일부터 이날까지 9거래일 연속 매도세를 이어가며 2조4,000억원 가까이 팔아치웠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금리인상을 앞두고 외국인들의 매도 공세가 거세지면서 이들이 주로 팔아치우는 시가총액 상위종목의 업종 대표주들이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산타 랠리와 1월 효과에 대한 기대감도 멀리 사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현상기자 kim0123@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