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펀드운용사, '해외 강점' 미래에셋이냐 '자산 분산' 삼성이냐

삼성운용 1위 지켜왔지만 6월 미래에셋 선두 나선후 매달 엎치락뒤치락 상황


주식과 해외펀드에 강점을 가진 미래에셋자산운용과 골고루 분산된 자산구조를 가진 삼성자산운용이 국내 최대 펀드 운용사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최근 2년간 삼성자산운용이 1위 자리를 유지했지만 지난 상반기에 미래에셋자산운용이 1위로 나선 뒤부터 매달 순위가 뒤바뀌고 있다.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전체 펀드 설정액(23일 기준, 투자일임 제외)은 52조5,250억원으로 2위인 삼성자산운용(50조9,812억원)을 제치고 국내 최대 규모의 펀드 운용사가 됐다.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업계 1위 경쟁은 지난 상반기에 본격화됐다. 지난 6월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년여 만에 삼성자산운용을 따돌리고 설정액 48조5,666억원으로 최대 운용사에 올라선 뒤 9월까지 1위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지난달 머니마켓펀드(MMF)를 비롯해 국내 주식형과 채권형 펀드에 돈이 몰리면서 삼성자산운용은 1위 자리를 탈환했다. 그러나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다시 미래에셋자산운용에 1위 자리를 내주게 됐다.

이 같은 1위 경쟁은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현상이다. 2012년까지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설정액이 40조원을 넘어서면서 독보적인 선두를 지켰지만 2013년부터는 삼성자산운용이 선두로 나서면서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그러다 올해 유독 1위 자리 변동이 심해진 것은 우선 상품과 운용전략 등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가진 색깔이 다르고 최근 경제 상황의 변동성이 심해질 때마다 각 운용사의 장점이 부각되면서 특정 상품으로 자금이 몰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전통적으로 주식형 펀드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한때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주식형 펀드가 국내 주식형 펀드 시장의 3분의1을 차지했을 정도다. 현재는 전체 설정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대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운용 중인 국내외 주식형 펀드가 700개가 넘는다. 올해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유출이 심했지만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경우 국내 주식형 펀드의 자금유출이 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었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지난 10월까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5,304억원이 빠져나가 1조3,000억원 정도가 유출된 삼성자산운용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미래에셋자산운용은 10여곳의 해외법인을 통한 글로벌 자산운용 전략을 내세우는 운용사답게 해외 채권형 펀드와 해외 대체투자 펀드에서도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아울러 최근에는 사모 펀드에도 집중하는 모습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사모펀드 설정액은 28조5,306억원으로 공모펀드보다 20% 가까이 많다. 특히 2013년 이후 운용 자산 다각화를 진행하면서 강화한 재간접 펀드가 올해 사모 펀드 시장에서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면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였다. 한 펀드평가사 관계자는 "올해 공모 펀드 중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해외 채권형 펀드로 자금이 집중되는 모습"이라며 "주식형 펀드에서 유출된 자금도 다른 운용사와 비교했을 때 크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반면 삼성자산운용은 전반적으로 골고루 분산된 자산 구조를 가진 운용사다. 삼성자산운용의 주식형 펀드 비중은 전체 주식형 펀드 시장의 10% 초반대로 유지되고 있고 사모 재간접 펀드와 헤지펀드 등에서도 두각을 나타낸다. 특히 기관수요가 많은 상품에 강점을 보이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의 상장지수펀드 순자산액은 10조3,577억원으로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으며 단기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에도 강점을 보이고 있다. 실제 지난달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제치고 1위 자리를 탈환한 것도 국내외 증시 불확실성이 심화되면서 1조6,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삼성자산운용의 MMF에 몰렸기 때문이다.

아울러 삼성자산운용은 가장 성공적인 한국형 헤지펀드 운용사로 인정받고 있다. 한 헤지펀드 운용사 관계자는 "최근 들어 한국형 헤지펀드의 수익률이 개선되고 있는데 삼성운용은 안정적인 운용전략으로 꾸준한 성과를 내고 있다"며 "최근 헤지펀드로 유입되는 자금 역시 삼성 상품으로 몰리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올해는 두 차례의 기준금리 인하, 중국 경제 둔화 우려, 미국의 금리인상 등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특히 심해졌다"며 "중요한 시기마다 특정 상품에 자금이 몰리고 빠지면서 운용사의 펀드 설정액도 큰 폭의 증감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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