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선정을 위한 1차 예비인가 결과는 발표됐지만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 은행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이들 컨소시엄이 당초 계획한 지배구조 개편은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설립의 근거가 될 법 개정이 불발로 그칠 경우 인터넷전문은행들이 구상중인 혁신적인 은행 영업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내년에도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 2차 인터넷전문은행 선정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신동우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은행법 개정안은 인터넷전문은행의 최소 자본금을 현행 1,000억원에서 250억원으로 낮추고 상호출자제한집단(61개)을 제외한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의 은행 지분보유 한도를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현행 10%(의결권 지분 4%)에서 50%로 늘리는 것이 주 내용이다. 새로운 인터넷전문은행을 기존 금융사가 소유해 현 인터넷뱅킹 수준에 그치는 것을 차단하고 금융권의 새로운 플레이어로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의 활발한 참여를 유도하기 위함이었다. 이를 전제로 각 컨소시엄은 모두 이면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선정된 컨소시엄 중 한국카카오은행은 카카오가, K뱅크는 KT가 최대주주가 되는 것을 구상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은행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당분간 이 같은 계획의 실현 가능성은 불투명해진다. ICT 업계는 "의결권 없는 지분을 포함해 최대 10%로 인터넷전문은행에 참여하라는 것은 핀테크 기술만 제공하라는 얘기"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지난 24일 벤처기업협회 등 7개 벤처 관련 단체는 성명을 통해 "중국이 기존 은행권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운 서민·소상공인을 위해 ICT 기업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적극 허용한 것처럼 우리도 시대착오적인 은산분리 규제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며 "은산분리 완화를 재벌에는 허용하지 않고 대주주와의 이해 상충 방지 체계를 정교하게 만든다면 더 이상 은산분리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은행법 개정 실패는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후 경영에도 걸림돌이 될 공산이 크다. 우선 출범 후 증자나 투자를 통한 사업 확대가 필요한 상황에서 정작 ICT 기업은 참여가 어려운 문제가 발생한다. 결국 의결권 지분 4%에 그친 ICT 기업이 인터넷전문은행 경영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경우 기대했던 '세상에 없던 뱅킹'의 출현 가능성도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다.
은산분리라는 해묵은 숙제를 풀지 못하면서 내년 하반기로 예상됐던 인터넷전문은행 2차 선정 역시 불투명해진다. 이번 1차 예비인가 신청에서 다수의 ICT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은 지분규제 완화를 전제로 한 것이었던 만큼 은행법 개정 없이는 ICT 기업이 주도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추가 탄생을 기대하기 힘든 형편이다.
금융당국은 이와 관련, 원론적인 입장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금융위는 이날 "은행법이 개정되면 2단계 추가 인가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국회에서 충분한 심의를 거쳐 빠른 시일 내에 법이 개정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