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고령화 문제 해결 위해선 파격적 출산·육아지원책 필요
필리핀 보모 이민 허용하고, 워킹맘 위한 하루 3~5시간 유연근로제 늘려야
△강 원장=조만간 발표될 새 경제팀의 역할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정부는 어떻게든 성장률을 3% 이상으로 유지하려고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비관적 견해 많다. 내년 초 블랙프라이데이, 개별소비세 인하,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의 정책 효과가 사라지면 당장 소비절벽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정책 목표를 어떻게 잡아야 하나.
△신 원장=항상 ‘수출이 얼마 늘었다’, ‘경제가 몇 % 성장했다’는 얘기들을 하는데 새 경제팀은 이런 지표에 연연하지 않아야 한다. 양보다는 질적 측면에서 수출액이 아닌 수출 산업의 수익성을 올리는 정책이 필요하다. 다른 현안들도 같은 맥락이다. 당장 우리 경제의 과제인 부실기업 정리, 투자부진 문제도 질적 관점에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기업의 수익성을 올리고 가계는 건전성을 높여야 한다. 이 문제와 관련해 국민들이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새 경제팀의 과제다.
△김 원장=같은 생각이다. 수출이 대외 변수의 영향으로 조금씩이나마 개선될 것으로 보이는데 새 경제팀은 이를 활용해 중장기적 포석을 마련해야 한다. 물론 성장률 등 경제 전반의 거시적 관점에서는 미세 조정의 필요성이 있지만 적어도 산업 쪽에서는 근시안적 시계에서 벗어나야 한다. 단기 성과에 매달리지 말고 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나 혁신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기업 구조조정이 아닌 산업 구조의 재편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어떻게든 성과를 내야 한다고 생각하면 임기 말로 갈수록 악수를 둘 수 있다. 바톤터치를 할 때는 적절히 장기적으로 잘 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하다. 이게 새 경제팀 역할이다.
△강 원장=물론 공감한다. 중장기적 포석이 필요하고 또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당면 과제도 만만치 않다. 소비가 늘어날 수 없는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경제의 성장 모멘텀을 이어 나가려면 소비 말고는 딱히 답이 없다. 또 한 가지 변수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는 작업 못지않게 당장 경제의 단기적 성장세를 이어가는 것도 중요한 것 아닌가. 선거를 너무 의식할 필요는 없지만 경제가 심리도 중요하다. 성장세로 돌아선 듯한 느낌이 있어야 실제 소비도 활성화될 여지가 있다.
△권 원장=맞다. 새 경제팀 입장에서는 지표를 중시할 수밖에 없고 또 실제로 지표로 보여주는 게 기대심리 측면에서 바람직하기도 하다. 정부가 성장률 3%에 목을 매는 것은 당장 이게 무너질 경우 엄청난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로 자영업자가 위축되면 사회 전반의 불안도 커진다. ‘언 발에 오줌 누기’가 될지언정 성장률을 적어도 잠재성장률 이상으로 유지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또 하나 중요한 포인트는 지금 정권 후반기다. 과거 사례를 돌이켜 보면 질적 개선을 추진할 원동력 자체가 약하다. 지금은 정부가 4대 구조개혁에 올 인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잘 안되지 않나. 이런 상황에서 성장률까지 포기한다는 게 선거를 앞둔 시점의 경제팀으로서는 현실성이 없다.
△신 원장=거시적인 정책 방향은 여력이 있으면 당연히 확장적으로 가는 게 맞다. 그러나 여기에만 몰두하면 안 된다.
△강 원장=4대 구조개혁에 대한 중간점검도 필요한 시점이다. 노동 관련 5대 법안 모두 이번 국회에서 처리가 안 됐다. 금융·교육·공공개혁도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는 반응이 많다.
△신 원장=비슷한 4대 개혁을 1998년 외환위기 때 대대적으로 했다. 당시 대표적인 금융개혁은 부실 금융회사를 정리하는 것이었다.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지금 하는 개혁들은 성격이 다르다. 시스템 개혁을 하자고 한다. 그러나 경제 전면의 시스템 개혁은 전략적으로 달성 자체가 불가능하다. 하나를 먼저 한다면 핵심인 노동개혁을 완수하는 게 중요하다. 금융·교육·공공개혁 역시 핵심은 노동개혁과 연관돼있다. 이게 안 되면 나머지 단추를 채울 수가 없다. 구조개혁의 전략부터 수정하는 게 필요하다.
△권 원장=타당한 지적이다. 교육개혁만 놓고 봐도 중학교에 자율학기제를 도입하는 것을 개혁이라고 할 수 있나. 개혁은 수요자 입장에서 해야 한다. 선생을 위한 개혁을 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교원의 저항이 엄청나게 세다. 지방에 가면 학생 50명 남짓한 학교들 수두룩한데 교장, 교감은 다 있다. 이게 다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속성 때문이다.
△김 원장=중·고등학교 낭비는 그나마 덜한 거다. 수요자와 가장 맞닿아 있는 대학이 더 큰 문제다. 없어야 할 과를 못 없애는 게 제일 심각하다. 대학교 자체가 변화하려는 의지가 없고 가장 교조적이다. 이게 교육개혁의 문제고 이는 결국 노동개혁과 연관된 문제다.
△강 원장=금융개혁과 관련해 궁금점이 많다. 뭔가 하려고는 하는 것 같은데 방향이 뭔지를 잘 모르겠다.
△신 원장=현재 금융개혁이라는 것이 정부 말대로 하면 아주 크고 거시적인 걸 얘기하고 있는 게 아니다. 우선 방법론 측면에서 달성할 수 있는 것부터 하자고 한다. 법을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금융회사의 자율화를 높여서 거시경제의 환경 변화에 맞는 금융시스템 기능을 확충하겠다는 얘기다. 이게 일반 국민들 입장에서는 감독체계 개편처럼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러나 비조치의견서(금융회사가 법규위반 가능성을 미리 물어보면 금융당국이 회신해주는 제도)를 비롯해 금융인들한테는 와 닿는 부분이 있고 성과도 있다.
△권 원장=지금 금융위가 하는 금융개혁은 전부 지엽말단적인 것들이다. 이렇게 해서는 절대 금융산업에서 삼성전자, 현대차 나올 수가 없다. 근본을 바꿔야 한다. 핵심은 지배구조 개선 문제와 감독문제다. 은행들은 주주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바뀌면 회장, 행장 다 바꾼다. 또 그들끼리 줄이 다르니까 서로 싸운다. 어느 라인에 서느냐가 승진에 가장 중요하다. 수익성은 뒷전이다. 5년마다 되풀이되는 이런 현상을 바꾸지 않고는 우리나라 금융은 비전이 없다. 또 하나는 금융감독원을 바꿔야 한다. 현재 금감원의 목표는 금융회사의 수익성을 올리고 산업을 키우겠다는 게 아니다. 1998년 외환위기 때 트라우마가 생겨서 금융회사는 안 망하면 그만이라는 생각 뿐이다.
△김 원장=현재 하는 금융개혁 보면 노동, 공공, 교육 등 다른 개혁과는 차원이 다른 것 같다. 물론 입법화에는 실패했지만 노동개혁은 구조적 해결책을 마련하려고 노사정 대타협도 이끌어 냈다.
△강 원장=저출산 고령화 문제도 심각하다. 국내외에서 우리 정부의 대표적인 정책 실패로 인구를 든다. 인구 문제는 경제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고 청년실업으로 세대갈등 심화하고 있다. 적절한 방향 제시가 필요하다.
△김 원장=정부가 저출산 문제의 해결책으로 출산·양육·주거비용에 집중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효과는 안 나타나고 산발적인 정책으로 정부의 부담만 가중되고 있다. 근본적인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젊은 직장인들 보면 갈수록 경쟁은 심해진다. 경력 문제 때문에 자식을 낳으려는 생각을 안 한다. 일과 가정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으라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육아도 이제는 일의 관점에서 접근해서 젊은이들이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권 원장=젊은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우선 부부가 같이 직장 다니면 애를 맡겨야 하는데 보육시설이 충분하지 않다. 그렇다고 마냥 부모님한테 기댈 수도 없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필리핀 보모를 끌어들이는 게 방안이 될 수 있다. 싱가폴·홍콩이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다. 10만 명 내외로 숫자 제한하고 월급도 적정 수준으로 묶어 놓으면 젊은 부부들 부담도 줄일 수 있다. 유연 근로제를 도입·확산하는 것도 방법이다. 네덜란드의 경우 연간 평균 근로시간이 1,400시간에 불과한데 하루에 3~5시간씩 일하는 워킹맘들이 많기 때문이다. /정리=이연선·조민규기자 bluedash@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