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교재를 독점적으로 펴내는 한국교육방송공사(EBS)가 수능과 관계없는 초등·중학교 교재를 끼워팔기 했다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15일 공정위는 "고교 참고서 1위 시장 지위를 남용한 EBS에 과징금 3억5,000만원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교재 시장은 EBS 등 출판사가 총판업자에게 책을 팔고 총판업자는 이를 지역 소형 서점, 학교, 학원 등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총판업자는 소형 서점 등에서 인기가 높은 EBS 수능 연계 교재를 팔아야 수익을 올릴 수 있다. EBS는 이 점을 악용했다. 총판업자 평가시 초등·중·고등학교 1·2학년 등 잘 안 팔리는 수능 비연계용 교재 판매량에 5배나 높은 평가점수를 배정했다. 점수가 낮은 총판업자와는 계약을 종료했다. 총판업자는 수능 연계 교재를 확보하려면 울며 겨자 먹기로 비연계용 교재도 사들여야 했다.

남동일 공정위 제조업감시과장은 "정부 정책으로 획득한 독점력을 이용해 매출이 저조한 수능 비연계 교재 판매를 강요한 것은 총판 이익을 저해한 것은 물론 궁극적으로 소비자 후생을 감소시킨 불공정행위"라고 지적했다.

EBS는 총판의 거래 지역도 엄격히 제한해 경쟁을 차단하기도 했다. 다른 지역에 교재를 공급하려는 총판에 경고, 혹은 경위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총판들 사이에서 경쟁이 사라지면 서점도 교재를 낮게 납품 받을 수 없어 교재 가격을 할인할 여력도 없어진다. 궁극적으로 소비자의 손해로 돌아간다. EBS는 2009년에도 총판 거래 지역 제한으로 제재를 받았으나 2013년부터 비슷한 불공정행위를 반복했다.

이날 공정위는 한국철도시설공단·경기도시공사 등 총 11개 공기업의 불공정행위도 적발해 과징금 33억원을 부과했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co.kr